[나순칼럼]차이나타운

기사입력 : 2013년 07월 22일

프놈펜에서는 앞이 툭 트인 집에서 살아야한다는 분이 계시다. SNS 풍경이 요지경인데 창밖을 내다 볼 시간이나 있겠느냐는 우문에, 사시사철 벌거벗고 지내야 할 날씨인데 앞 건물의 시선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SNS를 즐기고 싶다는 현답이었다. 지구촌 특종이 실시간 손끝에서 펼쳐지는 SNS 시대다. 13억 인구의 대국답게 중국 발 뉴스 또한 끊이지 않고, 그 중 짝퉁에 얽힌 사건이 단연 으뜸이다. 얼마 전에는 한 중국남성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농약이 가짜여서 억울하게(?) 살아났다는 기사가 떴다. 급기야 청춘남녀가 중국의 고층아파트 창에 기대 사랑을 나누던 중 전라 · 반라 상태로 나란히 추락사한 사고까지 났다. 질이 낮은 유리창이 허망하게 깨지는 바람에 일어난 참사였다. 메이드 인 차이나 천국인 캄보디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뜻 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문정첩이나 수도꼭지, 샤워해드 등이 몇 번 쓰지도 않아 망가지기 일쑤다. 상인에게 하소연 해보았자,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하는 표정이다. 오죽하면 중국산 물건은 폭탄 빼고 다 폭발한다는 루머가 있겠는가.

15세기까지만 해도 나침반, 도자기, 주물, 화약, 종이 등, 중국 상품이 세계제일이었다. 제품뿐 아니라 정치제도, 항해술, 제해권 등에서도 세계를 선도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중국이 유럽에 패권을 빼앗긴 이유로 중국 대륙의 만성적 통일과 유럽의 만성적 분열의 역사를 든다. 정치적 통일기간이 길었던 중국에 있어, 봉건적인 폭군의 결정이 개혁을 전면 중단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기술혁신을 이어가기 어려웠지만, 분할된 유럽은 한 국가에서 포기하면 다른 국가에서 시도하는 등 간단없는 기술개발 덕분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사는 반복되는지 시장경제 도입이후 중국의 부상이 눈부시다. 최근의 총 무역액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에 올랐다는 WTO 통계에, 수출품목도 저가제품이 아닌 첨단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보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 길에 “사업을 하려거든 먼저 친구가 되어라”는 중국속담을 유창한 중국어로 연설해 호응을 얻었다고 하는데,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짝퉁불명예를 벗고 양질의 제품으로 인간적인 신뢰를 쌓아가는 도정에 이른 모양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마케팅 전략으로 프놈펜 시내에 차이나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통 큰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어로 쇼핑할 수 있는 쾌적한 장소 창출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동남아의 경우 중국계인 화교가 인구는 10%에 미치지 못하지만 경제력은 50~90%까지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캄보디아도 상권의 80%정도를 화교가 쥐고 있다. 점포마다 장사 잘되기를 바라는 중국풍 제단이 모셔져 있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고 마다하지 않는 화교들이다. 프놈펜의 차이나타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게 되는 것은 아닐지.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