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깨우는 붉은 함성’ 2026 북중미 월드컵… 프놈펜 한인사회의 이색 응원 풍경

기사입력 : 2026년 06월 15일

한국 대표팀 조별리그 전 경기 평일 오전 시간대 편성

프놈펜 한인 식당·주점 특별 오전 영업…“월드컵이 한인사회에 활력 되길”

photo_1_2026-06-15_10-47-07▲ 12일 오전 프놈펜 센속 지역 팡비엔 마라&소주바에서 캄보디아 거주 한인들이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체코전을 함께 시청하며 응원하고 있다.[제보사진]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으로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첫 번째 대회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이 북중미로 향한 가운데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조금 특별하고 이색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개최지인 북미 지역과 캄보디아의 시차로 인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프놈펜의 일부 한인 식당과 주점들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문을 열고 단체 응원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이른바 ‘모닝 월드컵’ 손님을 맞기 위한 특별 영업에 나서고 있다.

평소 저녁 시간에 치킨과 맥주를 곁들이며 대표팀을 응원하던 기존 월드컵 풍경과 달리 이번에는 아침 식사와 커피를 앞에 두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색다른 응원 문화가 펼쳐지고 있다.

사상 최초 48개국 체제…북중미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도전

2026 북중미 월드컵은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약 5주간 진행된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경기 수도 기존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대폭 증가했다.

조별리그는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치러지며, 각 조 1·2위와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사상 처음 도입되는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통산 12번째이자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원정 토너먼트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이 마주한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조별리그 1·2차전이 열리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는 해발 1,5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선수들의 산소 섭취와 체력 소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북미 대륙의 광활한 이동 거리와 무더운 여름 기후 역시 대표팀이 극복해야 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아침 식사하며 대~한민국”…문 연 프놈펜 한인 업소들

이번 월드컵에서 프놈펜 한인사회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인 요식업계의 특별 오전 영업이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는 캄보디아 현지 시간 기준 오전 8시와 오전 9시에 시작한다. 평소 한인 식당과 주점들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기 전인 이른 시간이지만, 일부 업소는 대표팀 경기에 맞춰 영업시간을 조정하고 한인들이 함께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스치킨 부영타운점은 매장에 설치된 스포츠 관람용 대형 TV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를 함께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별도의 주문 없이 경기를 관람하는 한인들도 환영하며 관람객에게는 물을 무료로 제공한다.

한국 대표팀이 승리할 경우에는 경기 중 주문한 음료 가운데 1캔을 무료로 제공하는 특별 행사도 진행한다.

프놈펜 센속 지역에 위치한 팡비엔 마라&소주바도 단골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한국과 체코의 첫 경기가 열린 12일 오전 8시부터 특별 영업에 나섰다. 매장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생중계하며 손님들과 함께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팡비엔 측은 한국 대표팀의 2·3차전도 단체 관람하며 응원의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밖에도 매콤달콤, 미가, 바삭돈까스, 골목식당, 바타낙 라이프스타일파크 내 한식당 엠버, 산내들 식당 등 여러 한인 업소가 이른 오전부터 문을 열고 단체 응원에 동참했다. 업소 관계자들은 월드컵이라는 특별한 축제를 맞아 단골손님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평소보다 영업시간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침체된 한인 상권에 월드컵이 활력 불어넣을까

최근 캄보디아 한인 요식업계는 경기 침체와 온라인 스캠 사태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등으로 다소 어려운 분위기를 겪어왔다.

한인들의 외부 활동과 모임이 줄어들면서 식당과 주점 등 한인 업소를 찾는 손님도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지 업계는 이번 월드컵이 한인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고 침체된 한인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가 모두 평일 오전에 열리는 만큼 대규모 손님을 유치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하지만 업소들은 매출 자체보다 한인들이 오랜만에 한곳에 모여 함께 응원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조별리그 일정

대한민국은 이번 대회에서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한국 대표팀은 12일 오전 체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렀으며, 앞으로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차례로 상대한다.

2차전은 6월 19일 금요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인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열린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은 6월 25일 목요일 오전 8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모든 경기가 평일 오전 시간대에 진행되는 만큼 직장인과 학생들이 경기 전체를 관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에서 월드컵 생중계를 즐기는 방법

캄보디아 현지에서 월드컵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캄보디아 현지 방송을 통한 시청이다. 캄보디아에서는 현지 대형 방송사인 Hang Meas TV를 통해 월드컵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현지 텔레비전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을 이용하는 한인들은 별도의 한국 방송 서비스 없이도 대표팀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한국어 중계를 통한 시청도 가능하다. 이번 월드컵은 한국에서 KBS와 JTBC를 통해 중계된다. 한국어 해설을 원하는 한인들은 한국 방송사의 TV 중계나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한인회, 단체 응원 검토…“한인사회 단합의 계기 되길”

월드컵을 계기로 한인사회 전체가 함께할 수 있는 단체 응원 행사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명규 재캄보디아한인회 회장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한인회 차원에서 한인 단체 관람 행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번 월드컵이 캄보디아 한인들이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한인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인회는 대표팀의 경기 결과와 향후 토너먼트 일정을 지켜본 뒤 단체 응원 장소와 운영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상 최초의 48개국 체제로 치러지는 이번 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고지대와 장거리 이동, 북미의 기후 등 여러 변수를 극복하고 원정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