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기억과 잊혀진 역사’ 캄보디아 문화와선교연구소, 『캄보디아 역사』 북토크 개최

기사입력 : 2025년 11월 24일

지난 18일 문화와선교연구소가 주최한 『캄보디아 역사』 북토크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_WS캄보디아 문화와선교연구소(소장 이충국, 이하 문선연)는 지난 11월 18일 프놈펜에 위치한 STABLE 카페에서 캄보디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 위한 북토크를 열었다. 이번 북토크는 역사학자 데이비드 챈들러의 저서 『캄보디아 역사』를 중심으로 ‘선택적 기억, 잊혀진 역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북토크에는 책의 한국어 번역자인 이성욱 문선연 책임연구원이 직접 참석해 주요 내용들을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캄보디아 역사』는 캄보디아의 형성과 변화 과정을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담아낸 연구서로, 참석자들에게 캄보디아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문선연은 『캄보디아 역사』에 대해 “외국인들에게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로만 각인된 캄보디아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가장 균형 있게 조망한 연구서”라며 “캄보디아와 그 역사를 비교적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돕는 캄보디아 선교사와 교민들을 위한 필독서”라고 소개했다.
문선연은 캄보디아의 역사·문화·세계관 등을 함께 연구하고 공유하는 독서모임으로 출발해 2022년 8월 발족한 연구단체로, 이듬해인 2023년 9월 25일 공식 개소했다. 문선연은 그동안 월례 공개강좌, 북토크, 문화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캄보디아에 대한 이해를 돕는 활동을 펼쳐왔다.

이날 행사는 북토크 주제인‘선택적 기억’과‘잊혀진 역사’로 나누어 2부로 진행됐다. 1부‘선택적 기억’에서는 문선연의 기초 독서모임 선교사들이 각자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공유했다.

문선연 기초 독서모임은 문화와선교연구소 활동에 참여한 선교사들이 인연을 맺어 자발적으로 꾸린 모임으로, 매주 목요일 저녁 발제와 토론을 중심으로 책을 함께 읽고 나누고 있다. 연구소는 모임에 필요한 도서와 커리큘럼을 제공하며 모임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먼저 박진문 선교사는 “옥냐, 얼마면 돼?”라는 화두를 던지며 캄보디아 문화와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옥냐’(Oknha)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박주희 선교사는 “캄보디아는 결코 수동적이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7년째 캄보디아에서 사역하며 현지인과 결혼해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나눴다. 그는 “캄보디아인들이 역사를 대하는 태도가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들은 민주적인 미래를 위해 오늘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며 겉으로 큰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남영민 선교사는 “시하누크는 성왕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노로돔 시하누크 전 국왕의 이면을 조명했다. 남 선교사는 인자한 국부로 묘사되곤 하는 시하누크 왕의 긍정적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독재자적 면모와 정치적 치부를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자영 선교사는 “생존과 조화의 문화”를 주제로 자신이 캄보디아에서 겪은 문화 충격과 이를 이해하는 과정을 들려줬다. 이 선교사는 “한국인의 눈에 비상식적이거나 부도덕해 보이는 캄보디아인들의 행동도 그들이 이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 터득한 지혜”라며 타문화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고 “캄보디아에서 살아가려면 우리 쪽이 이곳의 문화 속으로 녹아들어 이해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2부 ‘잊혀진 역사’에서는 이성욱 책임연구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고대 제국 푸넌과 쩬라 △엉꼬제국의 쇠락 △베트남과 캄보디아 △아유타나 나레수언의 롱웩 침략 △제1차 킬링필드와 핀란드 보고서 등 캄보디아 역사의 중심을 관통하는 흐름을 짚어나갔다.

이 책임연구원은 발표 중 캄보디아 역사 용어의 표기와 발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고유명사를 영어식 발음 대신 산스크리트어나 현지 발음에 가깝게 옮겼음을 설명하며 “캄보디아에 잠시 방문하거나 가벼운 관심을 가진 경우에는 영어식 발음을 써도 상관없지만, 정말 캄보디아를 사랑한다면 현지인들이 쓰는 발음을 제대로 알고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캄보디아의 깊이있는 역사 중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캄보디아 역사』를 통해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캄보디아의 과거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한 참석자의 “시하누크 전 국왕의 숨겨진 진실에 대해 현지 캄보디아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라는 질문에 이성욱 책임연구원은 “현대사에 깊은 관심이 있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캄보디아인들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어 “현재 캄보디아의 역사 연구나 서적 출판이 고대사 중심으로 흐르고 있어 일반 대중의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선연은 이번 북토크에서 다룬 『캄보디아 역사』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바로알기 시리즈”를 차례로 펴낼 계획이다. 『캄보디아 역사』는 바로알기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올 2025년 6월 발간되었다. 곧이어 두 번째 책 『스와이: 캄보디아 농촌 마을 이야기』 출간이 준비되고 있다. 이 책은 캄보디아인들을 이해할 때 흔히 킬링필드의 비극 하나로만 설명해버리는 경향에서 벗어나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한 사회·문화적 요소들을 조명해준다.

또한 불교 외에도 캄보디아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다양한 종교와 신앙을 다룬 『스피릿 월드(Spirit Worlds)』와 캄보디아 민담을 정리한 책 출간도 준비하는 등 앞으로도 캄보디아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충국 문선연 소장은 행사에서 “문선연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사역하는 한국 선교사들에게 문서화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자는 뜻에서 시작된 모임”이라며 “어떻게 하면 캄보디아를 보다 잘 이해하고 캄보디아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연구와 자료를 통해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 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토크에는 작은 공연이 펼쳐져 자리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공연은 수원시립합창단 차석 소프라노 출신인 김혜은 선교사가 특별 무대를 펼쳤다. 원서연 바이올리니스트와 최인혜 피아니스트도 공연에서 함께 연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유독 쏟아졌던 빗소리를 배경으로 바흐 칸타타 186번 <낙심하지 마라 오 나의 영혼아>를 선보여 참석자들에게 큰 감동을 전했다./문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