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태국, ‘쿠알라룸푸르 평화협정’ 서명… 국경 분쟁 종식 선언

기사입력 : 2025년 10월 27일

AP25299197048420▲ 2025년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평화협정서를 들고 있는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캄보디아와 태국이 ‘쿠알라룸푸르 평화협정’에 서명하면서 마침내 오랜 국경 분쟁이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양국은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올해 7월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5일간의 무력 충돌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십만 명의 주민이 피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공동선언문을 통해 “양국은 즉시 국경 지역의 중화기 배치를 철수하고 주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태국 측은 또한 교전 중 구금된 캄보디아 군인 18명을 조속히 송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훈 마넷 총리는 “이 합의는 양국이 평화를 향한 용기와 지혜를 공유할 때 어떤 갈등도 해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군 지휘관 간의 협의를 통해 단계적 무기 철수를 이미 개시했다”고 말했다.

미·말레이시아 중재로 성사된 역사적 합의
협정 서명식에서 증인 자격으로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 골프장에서 이 사태를 중재하느라 하루 종일 통화를 했다”며 “결국 더 큰 위기 전에 신속히 사태를 멈출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 대신 번영을 선택하라”며 “이제 양국이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세안이 보여준 단결과 대화의 힘이 이 평화협정을 가능케 했다”며 “이번 합의는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인도주의와 지역 안정을 위한 새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아누틴 태국 총리 또한 “분쟁으로 인해 국경 공동체가 오랫동안 분열되고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오늘의 약속이 반드시 현장에서 이행되어야만 진정한 평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평화협정 12시간 만에 국경 무기 철수 시작
평화협정 서명 후 단 12시간 만에 캄보디아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26일 밤 9시경 캄보디아 정부는 쁘레아비히어 주를 포함한 국경 지역에서 중화기 및 중장비 철수의 1단계를 개시했다. 이번 조치는 말레이시아가 주도하는 아세안 옵서버팀(AOT, ASEAN Observer Team)의 감독 아래 진행되었으며, 쿠알라룸푸르 평화선언문에 명시된 첫 공식 이행 조치로 평가된다.

말리 소찌어따 캄보디아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는 이번 합의 이행에 있어 진정성과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며 “캄보디아는 앞으로도 태국과 긴밀히 협력해 양국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평화협정은 양국이 △국경 지역의 무기 철수 및 회수 △주민 안전 확보 △군사적 도발 중단 △국경관리위원회 재가동 △장기적 평화 유지를 위한 공동 개발협력 메커니즘 구축 등 5단계 이행계획을 담고 있다.

한국, 평화협정 환영… “지역 안정 기여 기대”

1▲이재명 대통령과 훈 마넷 총리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날인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아누틴 태국 총리의 리더십 아래 공동선언이 발표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역사적 합의를 위해 헌신한 트럼프 대통령과 안와르 총리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합의가 양국 관계를 넘어 동남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훈 마넷 총리와 별도 양자회담을 갖고 △범죄인 인도 및 사이버사기 근절 등 초국경 범죄 대응 협력 △한-캄보디아 합동 태스크포스 설립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양국은 오는 11월 ‘한-캄보디아 합동범죄대응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캄보디아 내 한국인 관련 범죄를 예방·단속하고 치안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쿠알라룸푸르 평화협정으로 아세안 내 두 주요 회원국 간 군사적 긴장이 해소됨으로써 역내 평화 유지와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