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나무가 귀한 나라

기사입력 : 2013년 0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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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무단 벌목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몇 해 전에는 무단 벌목을 철저히 감시, 단속하지 못했다고 해서 산림청장이 옷을 벗기도 했다. 한 고위급 장성은 그 아들이 무단 벌목 혐의로 구속되면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산림 관련 공무원과 경찰 이외에 그 지역에 주둔해 있는 군에게도 산림 감시 책임을 부여하면서 무단 벌목 방지에 힘쓰고 있다. 훈센 총리가 직접 나서서 범죄자에 대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캄보디아는 지금 불법 벌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벌목이 일반인이 아니라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어 단속이 매우 어렵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은밀히 벌목을 하거나 감시자를 매수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워낙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 치밀한 감시와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무단 벌목 실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제 환경 감시 단체들은 대규모의 불법 벌목이 고위 공무원이나 권력자들의 비호 아래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캄보디아 정부에 대하여 보다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아열대 기후에 속해 있다. 1년 내내 덥고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식물 생장에 좋은 기후다. 그러나 나무나 숲이 빈약한 나라가 캄보디아다. 수백 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놈펜만 하더라도 숲이 우거진 공원다운 공원이 없다. 가로수조차 드물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캄보디아를 여행해 보면 황량한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 숲이나 나무가 많지 않다는 것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캄보디아의 북동부나 북서부 국경 부근에 밀림 지역이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 산림 면적이 넓지 않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무단 벌목과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수십 년간 내전을 겪으면서 오랜 기간 산림이 방치되어 전국토가 황폐화되었다. 수십, 수백 년 된 나무들이 각 지역 세력들에 의해 벌목되어 팔려 나가고, 일반인들은 목재용이나 땔감용으로 쓰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 버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0년과 2005년 사이에 캄보디아 전체 산림 가운데 29%가 황폐화됐다고 한다. 지금도 공단 조성이나 주거지 확장, 농장 개발 등으로 나무가 계속 잘려 나가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산림 훼손을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하는 일이다. 권력자들의 범법 행위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는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여 환경 파괴를 막는 일이다.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나라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방치해서도 안 될 일이다. 셋째는 나무 위주의 땔감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나가는 일이다. 아직은 석유나 가스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막막하지만 서둘러 대체 연료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정신을 계도하는 일이다. 나무가 자신을 지켜 준다는 생명 의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각자가 나무를 보호하려는 의식을 가져야만 비로소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헐벗었던 산들이 불과 3,40년만에 울창한 산림으로 변한 한국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5년 전에 마당을 정리하면서 사람 키만큼 자란 나무를 그대로 뒀더니 지금은 5미터 정도의 높이로 자라서 학생들의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노력만 한다면 희망이 멀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다. / 한강우(한국어 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