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비즈니스 집시시대,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란다

기사입력 : 2013년 05월 12일

잘 알려진 것처럼 플라톤은 이상국가 실현을 위한 최선의 정치형태는 <철인(哲人)정치>라고 설파하였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과학자에 의한 정치>야말로 트릭이 없는 정치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언젠가 해외 토픽에 재미난 기사가 났다. 한 갑부가 새로 저택을 지으면서 현관문에 자신의 육성으로 된 주문에 의해 개폐되는 최첨단보안시스템을 설치했다. “열려라 참깨”였는지, “나야, 문 열어”였는지, 나이 지긋한 부자의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 문구 하나만 틀려도 작동하지 않는 통에 결국 문을 철거했다는 것이다. (문을 부숴버렸다는 것도 같고) 아무리 이상적이고 과학적이라 하더라도 실용가치가 떨어지면 폐기처분하는 실사구시의 학문이 “공학”이다. 어쨌거나 공학도 출신의 세계지도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을 비롯하여 하토야마 전 일본총리, 시진핑, 후진타오, 장쩌민 중국의 주석들과, 독일의 메르켈 총리 등이 모두 공학계 출신이다. 우리 박근혜대통령께서도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다.

뉴스를 보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소식이 풍성하다. 박대통령은 “재외동포 인재들이야말로 글로벌 맞춤형 인재, 동포청년들에게 고국의 창조경제 발전 기회를 확대해 갈 것”을 약속했다. 내가 주부입장이라 그런지 몰라도 해외 살이 고충 중 자녀교육문제가 으뜸이다. 모국으로의 진학이 외국행보다 힘드니 어찌된 노릇일까? 추적 불가능한 천차만별의 해외사례를 수렴하려는 재외국민특례입학제도 자체에 부정과 불평등의 소지가 내포되어 있다. 어느 학생이 학업성취도가 높나보다 어느 부모가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했느냐가 합격의 관건일 정도로 행정절차가 복잡하다보니, 특례요건을 인증 받는 과정에서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720만 재외동포 규모가 말해주듯이 자발적인 이주 추세로 보아 “특례”가 아닌 정정당당한 재외동포입시전형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싶다. “국가적인 곱셈표란 없다.”고 누군가 말했듯이, 언어와 커리큘럼 다르다고 해서 학문내용이 달라지겠는가. 글로벌스탠더드의 적극적인 수용, 한국스탠더드의 해외거주지 응시기회, 단일창구를 통한 온라인전형 등 여러 국제적인 시스템과 궤를 같이 하지 않는 한 입시를 위한 소모전과 인재 해외유출은 불가피하리라.

부모와 조국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가 진단했듯이 일거리를 쫓아 밀물처럼 썰물처럼 지구촌을 옮겨 다니는 잡 노마드(job- nomad)의 비즈니스 집시시대, 영문도 모른 채 따라나선 자식 대에서 정체성을 잃고 국제미아가 되면 어쩌나 싶어질 때가 있다. 지구별 어디를 유랑하더라도 언제고 돌아가고 싶어질 때, 해질녘 아이들을 부르던 어머니 손짓처럼 든든한 모국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해외생활자에겐 푸근한 일이다. 식견을 갖춘 교육자들은 이미 예견하고 있겠지만 요설적인 입시제도가 아닌 실용적인 전형방식의 도입, 한국 최초 공학도 대통령인 박근혜대통령에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