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의 국립소아병원에서 드리는 편지] 아홉 번째 편지의 ‘프나엑 붸아깓, Salle Chirurgie 쌀 시루쥐’

기사입력 : 2023년 12월 19일

서정호 칼럼 메인33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쏙써바이떼?

오늘은 ‘‘국립소아병원 외과 병동” 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홉 번째 편지의 제목은 ‘프나엑 붸아깓, Salle Chirurgie쌀 시루쥐’ 입니다.

일반 외과의사를 영어로 General Surgeon 이라고 합니다. 줄여서 GS 입니다.

그런데 이 GS는 Great Surgeon 이라고도 번역하기도 합니다. 위대한 외과의사!

내과의사인 제 눈으로 볼 때 외과 선생님들은 참 대단하시고 존경받을 만 하십니다.

수술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체력과 집중력과 용기, 결단력이 필요한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완치(Cure)로 이어질 때가 많습니다.

내과는 아무리 치료를 잘 해도 Care(돌봄)이라고 하지만, 외과는 치료를 잘 하면 완치(Cure)가 된다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과 전공의 때 환자를 잘 돌보면 가끔 촌지를 받기도 했는데 외과 선생님들은 간혹 엄청나게 큰 촌지를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완치가 되었기 때문에 그 만큼 환자가 느끼는 감사와 기쁨도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국립소아병원의 모든 과는 소아과이지만 소아과 내에서 내과 계열, 외과 계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KOICA 에서 국립소아병원의 내과 계열이 성장하도록 많은 공헌을 했다고 한다면 외과 계열은 일본 JICA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현재 거의 공사가 진행된 시엠립 주립병원(Siemreap Provincial Hospital) 도 그렇고 몇 년 전에 완공된 바탐방 주립병원도 외과 계열은 JICA의 원조를 받았습니다.

저는 국립소아병원에서 외과에 갈 일이 많지 않은데 간혹 선교사님들께서 캄보디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실 때 안내해 드렸습니다.

저희 병원 외과는 일반외과 뿐 아니라 정형외과, 비뇨기과, 성형외과도 포함됩니다. 아직 신경외과가 없어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참고로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헤브론 병원에서 미국 소아외과 전문의 선생님이 (Dr. Carolin) 진료를 하고 계십니다. 최근에 복부 종양이 있었던 한 아이도 이 분이 잘 수술해 주셨습니다.

제가 선교사님들의 부탁을 받고 안내한 케이스를 보면 정형외과는 합지증(손가락 발가락이 합쳐짐), 다지증(손가락 발가락이 5개보다 많음), 팔다리 골절 등이었고 비뇨기과는 음낭 수종(고환에 물이 참), 성형외과는 화상, 구개구순열(선천적으로 입술이나 입천장이 벌어짐) 등입니다. 이런 수술이 국립소아병원에서 모두 가능합니다. 구개구순열 수술은 Smile Cambodia라는 NGO의 도움으로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수술이 잘 되려면 마취과의 도움이 필수적인데 국립소아병원의 마취과 선생님들은 유능하시고 아이들을 편안하게 마취시켰다가 잘 깨워 주십니다. 아이들은 한 숨 잘 자고 나면 수술이 벌써 다 끝나고 회복실에 누워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제가 일하는 소아종양과에서도 골수 검사 같이 아픈 검사의 경우에는 마취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전신마취를 시켜서 재운 뒤에 편안한 상태에서 검사를 합니다.

올해 3월에 한 구강암 환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입속에 큰 종양이 자라고 있었고 입으로 먹지도 숨을 쉬기도 어려워서 목에 기도를 확보하는 관으로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음식은 뱃줄을 통해 공급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이미 2차례 수술을 받았고 암이 재발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과연 이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저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제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괜히 위험한 수술을 감행하다가 오히려 생명을 단축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국립소아병원 외과의 Prof. Ngeap 교수님께로 전원되어 왔습니다.

교수님은 수술 실력을 인정받아 로얄 프놈펜 병원에서도 일하고 계셨습니다.

저의 생각과는 달리 수술이 결정되었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수술하러 들어갈 때 제게 사진을 보내왔고 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저녁 때가 되기도 전에 아이의 수술은 잘 끝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 이비인후과 선생님도 수술 전 후의 사진을 보시고 감탄하실 정도로 수술을 잘 하셨습니다.

아이는 2주 후에 기쁜 마음으로 퇴원하였고 한 달 후에는 목에 꽂혀진 관도 제거하였습니다.

아이의 병은 다시 몇 달 후에 재발하였고 이번에는 도저히 수술이 불가능하였지만 저는 이 아이가 수술을 통해 생명을 연장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참 아픈 어린이들도 많고 이로 인한 가족들의 아픔도 많습니다.

암과 같은 중한 병일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집니다.

오늘 말씀드린 아이의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혹시라도 주변에 중한 병으로 고통하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으면 제게도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국립소아병원에 좋은 의료진들이 계시기에 제가 연결을 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외과 병동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응급실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캄보디아 KOICA 의사 서정호 올림 ( 011 944 511, 텔레그램, 카톡 모두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