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의 국립소아병원에서 드리는 편지] 첫 번째 편지 ‘감사합니다. 장애인 재활 협회’

기사입력 : 2023년 12월 19일

서정호 칼럼 메인33

존경하는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께 인사 드립니다.

저는 캄보디아 국립 소아병원에서 코이카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서정호입니다.

이렇게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서 영광입니다. 글을 쓰도록 허락해 주신 뉴스브리핑 캄보디아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고자 용기를 내게 된 것은 저희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통해 한국-캄보디아 의료 부분 교류와 협력에 대해 부족하나마 말씀 드릴 수 있다면 제게 큰 영광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편지 ‘감사합니다. 장애인 재활 협회’

저희 국립소아병원 복도를 걷다가 저희 병원 Training Center 건물이 지붕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여러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습니다. 이곳은 바로 올해와 작년에 많은 한국 교민분들이 오셔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셨던 곳입니다.

그 때 저 개인적으로는 병원 내 활동이 부진하여 고민하고 있었는데 교민들에게 백신 접종을 도와 드리며 큰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인연으로 많은 교민분들을 알게 되었고, 국립소아병원의 존재를 교민 여러 분들께 알려 드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건물의 맞은편에는 재활 센터가 있습니다. 이곳을 지날 때 마다 날마다 일어나는 일들을 감탄합니다. 사실 이곳은 아이들 울음소리로 매우 시끄러운 곳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곳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 기형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차츰차츰 거듭나는 곳입니다.

뜬금없지만, 사람의 일생에서 의료가 꼭 필요한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임신 후반기부터 출산 후 한 달까지를 포함하는 주산기(周産期,Perinatal Perioid)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때 태아와 산모의 일생에 가장 큰 변화들이 생깁니다. 이 시기를 잘 도와주어야 가족과 사회가 건강하게 되고 행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캄보디아에서 모자 보건 사업이 중요합니다.

특히 아이가 태어날 때가 중요한데요. 만일 원활하게 출산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해서 출혈, 감염 등 합병증이 생기고, 즉시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아이는 뇌손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이는 평생 큰 장애(뇌성마비)를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 아이들이 전국에서 저희 병원에 옵니다. 특히 저희 병원은 국립 병원이기 때문에 가장 중증의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누워 있는 아이들을 앉게 하고, 앉아 있는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재활 센터에서 치료사님들이 하시는 일입니다.

또 말 못하는 아이들, 언어 발달이 더딘 아이들에게 언어 치료를 해 주는 호주 언어 치료사 분도 저희 병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한편 치과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구개 구순열(선천적으로 입천장이나 윗입술이 떨어져서 태어남)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 캄보디아 NGO를 통해 무료로 치료와 수술을 받습니다. 이런 놀라운 일들이 이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볼 때 제 가슴도 설렙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캄보디아에서 장애인들이 충분히 대우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여러 보건 의료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캄보디아 장애인들과 이를 돌보는 의료인들을 위하여 지난 2년 동안 코이카의 지원을 받아 ‘한국 장애인 재활 협회’ 분들이 많은 수고를 해 주셨습니다. 이 분들은 국립소아병원에 사무실을 두고 장애인 인식 개선 사업, 캄보디아 의료인 대상 장애인 재활 교육, 국립소아 병원 재활센터 기자재 보충, 엉스누얼 후송 병원 장애인 진료 환경 개선 등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특히 제가 주목하는 것은 재활 센터 가장 안쪽에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 입니다. 이 화장실은 저희 병원에 유일한 장애인용 화장실이고 제가 좋아하는 화장실입니다. 화장실은 의료적인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매우 중요합니다. 장애인 재활 협회에서는 엉스누얼 병원에 이런 장애인 친화적 화장실 건축을 지원하였다고 합니다. 문턱을 없애고 휠체어용 변기도 마련해서 장애인들도 손쉽게 드나들 수 있게 배려하였습니다.

저는 장애인 재활 협회를 통해 이곳 국립소아 병원과 캄보디아의 장애인 치료 환경이 개선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곁에서 이 분들이 하시는 일을 보면서 장애인들에 대해 더 관심 갖고 장애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서로에 대해 알수록 더욱 관심 갖게 되고 가까운 친구가 되는 것처럼요.

아무쪼록 캄보디아 곳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통해 장애인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한 캄보디아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다음 번에는 국립 소아 병원 내 소아 백신 접종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립 소아 병원이나 오늘 글 내용에 대한 문의가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서정호 올림 ( 011 944 511, yoyosuh77@ms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