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창문을 열고] 신년여행

기사입력 : 2023년 10월 24일

(2021년 1월 4일 연재 칼럼)

2021년 첫 번째 날, 아주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지인과 여행을 다녀왔다. 불과 며칠 전 갑자기 결정된 여행인지라 사전 정보 없이 콧구멍에 바람이나 쐬다 오자~ 라는 마음으로 떠난 길이었다.

목적지는 프놈펜에서 약 2시간 30분거리 깜뽕짬. 훈센 총리의 고향으로 유명하기도 한 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메콩강변의 비옥한 토양으로 인해 풍요로운 농경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부모님께서 수년전부터 심심하면 이 지역에 드라이브 겸 1박 2일 여행을 오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거기에 뭐 볼게 있다고..’ 내심 속으로 생각을 했었다. 주로 다른 지역으로 가기위한 통로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곳에 도착해보니 왜 진작에 오지 않았었지! 후회했다. 마치 약 10여년 전 프놈펜 강변을 연상시키는 한가로운 강변의 정취와 정돈된 도시 분위기가 금세 눈과 마음이 사로잡았다.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가다보면 길 양 옆으로 끊임없이 작물을 키우는 밭이 줄을 이었다. 옥수수, 카사바, 고무나무, 캐슈넛 등등.. ‘보고만 있어도 넉넉해지는 풍요로움’깜뽕짬을 천천히 본 내 한줄평이었다.

코로나 19 여파로 더 조용한 도시 분위기는 신년을 맞아 들뜬 마음을 잠잠하게 달래고 차분하게 한 해를 준비하기에 적합했다.

여행 당시 한파주의보가 내렸던 터라 바람은 유독 더 시원했다. 강변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는 한해의 시작을 맞이하기에 최적의 선택이었다.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을 쐬며 이불을 돌돌 둘러말고 오순도순(이라 쓰고 왁자지껄 이라 읽는다) 세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깜뽕짬의 여행 코스도 꽤나 괜찮았다. 자세한 내용은 곧이어 나올 뉴스브리핑 캄보디아에 여행기로 적어볼까한다.

우리 삶 속엔 이렇게 예상치도 못했던 선물들이 즐비하다. 팍팍한 것 같던 전염병의 한 해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마감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날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아온 넉넉함이 나를 다독인다. ‘다음엔 까로나TV에서 본 껀달주의 한 리조트에서 망중한을 즐겨볼까?’ 다음 선물을 기대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