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창문을 열고] 십시일반

기사입력 : 2023년 10월 23일

(2020년 10월 5일 연재 칼럼)

십시일반: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分量)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合)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말

이 당연한 말이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기는 결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어떤 일을 도모하는 주체, 즉 대표 집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제시하는 방안이 대중에게 충분히 설득되어야 하고 또, 동의가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내 밥’에서 한 술을 떼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내 밥이 한 그릇이 아니라 두 그릇, 열 그릇이어도 단 한 톨도 낭비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하지만 한번 동의가 되면 내 분량의 반 이상도 선뜻 내어줄 수 있다. 단, 대표 집단을 신뢰할 수 있을 때 만이다. 그럼 우리는 언제 그들을 신뢰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는 두 가지 케이스가 있다. 대표 집단의 지향점이 구성원을 충분히 설득했을 때. 혹은 가진 것보다도 더 많은 분량의 것을 헌신할 때. 나는 후자가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 한인사회에서 이 십시일반이 이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캄보디아 입국 외국인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조치가 강화되면서 입국 한인을 보호하는데 가장 먼저 한인회가 나섰다. 수개월동안 빠짐없이 아침, 점심 한식 도시락을 제공하고 입국자를 위한 오픈채팅방을 개설하였고 확진자 발생 시 시설격리 되는 한인들을 위해 최대한으로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누구의 도움을 먼저 구하는 게 아니라 솔선수범 먼저 발 벗고 나섰다.‘보여주기’식 일회적 봉사활동이 아닌 꾸준함으로 한인회에 무관심했던 민심을 돌이켰다. 인위적이지 않은 진심으로만 이뤄낼 수 있는 결과다.

또 다른 예로, 지난 9월 한 교민이 심한 토혈로 깔멧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코이카 파견 서정호 글로벌협력의사가 한인회 단체카톡방에 긴급 헌혈 요청을 했고, 단 한시간만에 2천여 명이 가입한 한인회 공식 밴드에 1시간 만에 긴급 헌혈 공지가 게재됐다. 빠른 조치로 순식간에 20명이 넘는 필요 혈액량을 확보하였고 환자에게 16봉지 이상의 혈액이 수혈되었다. 수혈이 없었으면 회복되기 어려웠던 이 교민이 일반 병실로 전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연락에 가슴을 쓸어내린 교민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귀한 한인들의 십시일반으로 한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의 힘을 키웠을 뿐더러 타국에서 비상상황에 든든한 조력자가 건재하다는 믿음도 생겼다. 십시일반은 건강한 공동체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행보다. 기대한다. 캄보디아의 15,000명 한인이 한 술씩 보태어 모두가 푸근해지는 그날을./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