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제26화 하늘에 계신 나의 사부를 기억하며 ②

기사입력 : 2022년 02월 18일

류기룡 타이틀

 

하늘에 계신 나의 사부를 기억하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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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이야기했던 그런 험난 한 과정을 거치고 입학 허가를 받게 되면 박사과정생은 그 다음 순서로 음악원 등록과 더불어 지도교수 배정을 기다려야 한다. 초조한 마음으로 성악학과장의 연락을 기다리던 중 어느 날 아침 일찍 호출을 받아 찾아간 그의 연구실에서 나는 러시아 최고의 테너 가수 두 명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두 사람은 학장인 P.I. Skusnichenko와 Zurab Sotkilava이다.

당대 러시아 최고의 테너 가수인 두 명의 교수 앞에서 나는 사전에 아무런 언질이 없어 준비도 하지 못하고 아침 댓바람에 오페라 아리아 5곡을 내리 불렀다 이유도 모르고.

당시 나는 성악과 학과장인 Skusnichenko 교수의 문하에서 배우기를 원했고 이미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의외로 그는 자기 클라스에는 이미 학생이 많으니 나를 Sotkilava 교수에게 배정하겠다고 하며 나보고 행운아 라고 했다.

이유가 Sotkilava교수는 이전에 음악원에서 강의를 하다가 연주자로서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에도 벅차 교수직을 사직했다가 5년만에 다시 출강하게 되었다는 것과 더불어 Sotkilava교수는 한 해에 세 명의 학생만 받는 걸로 유명한데 나에게 그 중 한자리를 주는 것이니 진정한 행운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갑자기 Sotkilava 교수가 나와 학과장을 보며 하는 말이

자기는 러시아 학생을 가르치기를 원하지 외국 학생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며 당사자인 내가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장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거였다. 이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으나 학과장의 지속적인 강한 설득으로 지도교수로 배정은 받을 수는 있었다. 물론 이 과정을 같은 자리에서 함께 듣고 있으면서 마음이 너무 불편하여 가방을 들고 학과장의 연구실을 나갈려고 했었다. 어떻게 준비했고 얼마나 어렵게 통과한 시험인데 이런 서러움을 받아야 하는지 마음이 많이 아팠다.

당시 필자는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혼 이였는데 내가 시험을 치던 그날 아내는 임신한 몸으로 아침부터 나와 함께 학교에 나와서 시험준비 과정을 도와주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석사과정을 거의 마칠 무렵 지도교수께서 갑자기 발쇼이극장의 오페라 디렉터로 가는 바람에 박사과정 시험준비를 혼자서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이였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여 반주로 유명한 교수님 한 분을 겨우 찾아 부탁을 거듭하여 시험 준비 과정을 도움 받을 수 있었다. 지도 교수가 없는 입시 시험이라 지금도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당시 필자는 그냥 앞만 보고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옆에서 모두 지켜보았던 아내였기에 나보다 더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었고, 심지어 내가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지 시험장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가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기절할 정도였다. 다행히 산모도 아기에게도 불미스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나와 사부의 시작점은 참으로 어울리지도 않고 통하지도 않았다. 후의 벌어졌던 일이지만 그와 나는 같은 테너 성부이지만 성격도 다르고 음악적 해석도 다르고 한마디로 모든것이 달랐다. 극과 극이라는 표현 밖에….

선생과 학생이 매 수업시간마다 음악에 대한 해석이 달라 다투는 경우도 아마 내가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유일했을 것이다. 어이도 없고 웃겼던 것은 이런 나의 모습과 고민을 보는 러시아 학생들은 나를 엄청 시기질투 했었다는 것이다. 자국인 학생도 들어가지 못하는 교수의 문하에 외국인이 들어갔기 때문이였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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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로 교수로의 자존심이 무지무지 강한 나의 사부는 가르치고 싶은 러시아 학생 대신 떠안은 외국인 학생이지만 어디 가서 못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건 싫었는지 나는 거의 매일 전공 수업을 지도 받았다. 학교에서, 선생의 집으로 가서, 때로는 본인이 활동하는 볼쇼이 극장으로 불러서 그리고 방학때도 당신이 휴가 가시기전까지는 쉴틈을 주지 않았다.

지도 교수와의 전공수업 2일, 반주자와 2일 여기에 별도로 호출 받아 가는 경우가 평균 2일이니 말 그대로 일주일에 6일을 수업을 받는 셈이였다. 게다가 같은 곡을 이틀 이상 가지고 가면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기본이였기에 마치 대학생처럼 공부할 수 밖에없는 모습이 거의 매일 이어졌다.

러시아는 음악원 학생의 경우 연주 할 때 포스터에 선생님의 이름이 연주자와 함께 들어가고, 아나운서가 순서 소개할 때도 누구 선생님의 학생 누구라고 매번 소개를 한다.

이런 번잡한 날이 반복되던 중 하루는 사부가 나에게 당신이 해외공연으로 인해 자리를 비울 시간이 많으니 그 시간 동안 나에게 학부생과 석사 과정생 수업을 지도 하라고 했다 학교측에는 이야기해 두었다며. 내가 교수의 어시스턴트로 강의를 그것도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꼰대적 생각보다 더 높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이곳에서, 도대체 사부의 의중을 당시에는 나는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조용히 생각을 해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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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