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일곱 째 이야기 – 뮤지컬<미스사이공>은 오페라<나비부인>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기사입력 : 2020년 10월 27일

류기룡 타이틀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하면 1981년 캣츠, 1985년 레미제라블, 1986년 오페라의 유령, 그리고 1989년의 미스 사이공을 손꼽을 것이다. 또한 이 작품들이 한명의 대단한 프로듀서의 의해서 시작된 것 역시 알게 된다. 이 작품들은 영국인 프로듀서인 캐머런 매킨토시의 작품들이다. 그의 작품들이 전 세계 30여개의 극장에서 공연 중이라고 하니 엄청난 숫자일 것이다. 게다가 그의 작품들은 대형 뮤지컬이 주를 이루고 있으니, 그를 향해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이 있으며, 강력한 제작자라고 일컫는다는 사실은 이제는 놀랄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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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의 내용을 보게 되면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이, ‘오페라의 유령’은 영화가 ‘미스 사이공’은 오페라 <나비부인>이라는 원작이 있었다. 특히, 미스 사이공은 1989년 9월 20일 런던의 로열 드루리 레인 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후, 이후 26개국 317개 도시에서 13개 언어로 2만2000회가 넘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세 번의 토니상을 비롯한 33개의 주요 극장상을 받았으며, 3200만명이 넘게 관람해 1조600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1991년 미국 브로드웨이 개막전 3700만 달러의 예약 티켓이 팔린 진기록은 아직 깨어지지 않는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성처뿐인 전쟁에 대한 자아비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의 흉포는 살아남은 이들의 삶을 후벼파 고통을 선사하며, 갑작스런 미군의 탈출 후 이어지는 아이의 출생으로 젊은 남녀의 사랑은 시련으로 곤두박질치고, 비련의 주인공 킴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도 결국은 사랑하는 크리스가 남기고 떠난 미제 권총이 주인공이 된다는 전쟁의 비극을 담은 이야기이다.

미스 사이공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 2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 작품의 원작은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오페라 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 푸치니의 <나비부인>이 바로 그것이다. 시대와 장소를 바꿔 서양남자와 동양여자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매개체로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색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있다. 1985년 레미제라블의 성공 이후 차기작을 고심하던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숑베르와 알랑 브르릴은 누군가가 피아노 위에 남겨둔 잡지에 실린 한 장의 낡은 사진에 시선을 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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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공항에서 생이별하는 베트남 여인과 혼혈 소녀의 모습인데, 그 사진속의 조그만 소녀를 비록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기사의 내용은 과거 미군으로 베트남 땅을 밟았던 아버지가 있는 미국에 가기 위해 소녀와 엄마가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딸에게는 새로운 삶이, 엄마인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아이를 위해 힘든 선택을 한 어머니를 나비부인에 비춰 베트남전으로 각색하자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되었고 대작 <미스 사이공>이라는 작품은 탄생하게 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주역배우의 선발이다. 오리지널 버전에서 주인공 킴의 역할은 레아 살롱가가 맡게 되었다. 제작진은 영국과 미국에서 킴의 역할을 찾았으나 실패하고 우연히 프랑스 TV에서 필리핀 영화를 보다가 살롱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마닐라로 날아가 그녀를 발탁하게 되었다. 결국 필리핀 출신 여배우가 베트남 소녀역을 맡게 된 것이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뮤지컬뿐 아니라 많은 예술의 장르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이다.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를 애태우며 그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이 있는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그렇지 않은가?

서양 남자와 동양 여자의 비극적인 만남은 예술사에서 보면 일종의 엑조티시즘이 아닌가 하는데, 서양인들은 종종 동양의 이국적인 정취와 여인들에 심취하는 경향을 보게 된다. 아마도 푸치니 또한 일본 여행에서 게이샤를 보고 나비부인을, 중국 여행에서 그들의 특별한 전설과 문화를 보고 투란도트를 작곡하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 있을것이다.

캄보디아도 이제 더 이상 문화와 떨어진 격오지 같은 곳은 아닌듯 하다. 10월에는 벌써 16회를 맞이한 프놈펜 음악제가 있었고, 매월 진행되는 음악회들이 있고, 필자도 캄보디아의 음악가들과 한국음악가들과의 합동으로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대작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볼만한 음악회들이 작지만 아름다운 울림이 있는 공간에서 숨은 그림 찾기처럼 열리고 있으니 발걸음을 옮겨볼 만 할 것이다.

이제 2020년도 연말을 향해 가고있다. 언젠가는 이곳 프놈펜에도 국립극장이라는 공간이 생기고 그곳에서 다양한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져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 준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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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