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37회 프랑스 식민지 배경의 「꼴랍빠일린(빠일린의 장미)」

기사입력 : 2020년 03월 19일

수정됨_37꼴랍1▲ 「꼴랍빠일린(빠일린의 장미)」 책의 표지

「꼴랍빠일린(빠일린의 장미)」은 녁타엠(Nhok Them; 1903-1974)이 1936년에 발표한 근대 통속소설이다. 이 소설은 고전문학 특유의 종교적 요소는 탈피했지만 주요 인물들에게서 근대적인 각성이나 자각은 엿볼 수 없다. 당연히 근대 식민지 치하에서 저항하는 이념적 메시지도 없다. 다만 갈등의 장치로 부각되는 주인공의 처지를 통해서 프랑스 식민지 치하 캄보디아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빠일린 광산에서 일개의 노동자 ‘짜으쩟’이 감히 부호의 딸과 결혼해서 신분 상승에 성공하는 이야기이다.

「꼴랍빠일린」에서 작가는 짜으쩟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짜으쩻의 아버지는 중병에 걸려서 오랫동안 치료받고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아들에게 크메르 속담 “아따헤 아따나오 니어타오(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에 따라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어 살라(‘클루언띠쁭클루언’)고 유언한다. 아버지가 죽고나서 짜으쩟은 아버지의 주치의 소개로 빠일린 지방의 ‘루엉라따낙썸밧(이하 썸밧)’ 부호가 운영하는 광산에서 보석채굴 일꾼으로 일하며 주변의 신망을 쌓는다.

어느날 숙소에서 짜으쩟이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반해버린 썸밧의 딸 ‘쿤니어리’가 관심을 보이지만 그가 일꾼이라는 사실에 마음을 정리한다. 한날은 짜으쩟이 썸밧의 운전사를 대신해서 쿤니어리를 모시고 ‘썽까에(바탐방주)’ 시장에서 돌아오다가 차가 고장이 난다. 설상가상으로 강도들도 출몰해서 위협을 당하지만 짜으쩟이 물리친다. 이런 그의 모습에 감동한 쿤니어리도 그동안의 차별과 멸시를 멈추고 그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전부터 이미 짜으쩟을 신망했던 썸밧은 그를 일꾼에서 보석채굴 현장 관리자로 승진시킨다.

수정됨_37꼴랍03▲ 연극으로 공연되는「꼴랍빠일린(빠일린의 장미)」

한편, 썸밧의 고객이었던 ‘발랏’은 ‘판’ 사장을 소개하기 위해 썸밧의 저택으로 데려온다. 보석을 채굴하는 광산을 시찰하려고 썸밧과 판 사장이 나간 사이, 발랏은 혼자 남은 쿤니어리를 강간하려다가 짜으쩟 때문에 실패한다. 그날밤 도적떼로 변장한 판 사장과 발랏은 썸밧의 저택에 침입해서 썸밧의 일꾼들과 일전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쿤니어리는 또다시 발랏에게 잡혀 위험에 처하지만 짜으쩟은 도적떼를 물리치고 판 사장과 발랏을 처단한다. 이를 계기로 썸밧은 짜으쩟을 더욱더 신뢰하고 자신의 딸과 결혼도 허락한다.

이 이야기의 서두는 주인공 짜으쩟을 통해서 프랑스 식민지 시기(1863-1953)에 누구도 돌봐줄 길이 없이 빈궁한 캄보디아인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크메르 속담과 함께 전하는 메시지 <클루언띠쁭클루언>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믿고 의지할 것은 오로지 ‘자신(클루언)’뿐임을 강조한다. 더욱이 주인공이 루엉라따낙썸밧 저택에서 처음 인사하는 날에 그의 말라빠진 몸에 대해서 주인집 딸로부터 멸시를 듣고는 ‘사람을 외양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말로 일침을 가하는 장면은 굴복하지 않는 캄보디아 민초의 기상이라 할 것이다.

작가 녁타엠은 바탐방주 농가에서 태어나서 사원에서 승려 생활을 하면서 크메르문학을 전공했다. 1919년부터 태국에서 불교학문 분야에 수많은 업적을 이루지만 1936년에 승려생활을 파계한다. 1938년에 왕립도서관에서 출판관리자로 일하면서 1942년부터 지방에 불교대학을 세우고 커리큘럼을 조직한다. 1946년에 불교대학 소속으로 시소왓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1950년에 교육부 소속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의 대표작 「꼴랍빠일린」은 교육청소년체육부에 의해서 1993-1994학년도부터 교육과정에 편입돼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

수정됨_37꼴랍04▲ 빠일린주에서 생산되는 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