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모뷰] 새로운 평화의 아이콘 평양냉면 시식기

기사입력 : 2018년 06월 01일

IMG_4236_internet▲ 캄보디아 프놈펜시 모니봉에 위치한 제1호 북한음식점 평양랭면관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평양냉면’ 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날 전국의 평양냉면집에 줄을 서서 먹는 이색 풍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어른들의 음식,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달래는 음식으로만 생각했던 평양냉면이 요즘 가장 핫한 음식이 되었다하니 그 맛을 경험해보러 모니봉 도로에 있는 북한 식당 ‘평양랭면관’으로 향했다.

나는 10여 년 전쯤 처음으로 북한식당에 갔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TV에서 개그맨들이 흉내 내던 북한 말투를 그대로 사용하는 북한 종업원에게 놀랐던 기억(당연한 건데 어린마음에 놀랐다), 너무 밍밍한 평양냉면 맛, 말을 잘 섞어 주지 않아 쌀쌀맞던 느낌, 동구 밖 과수원 길을 부르던 북한 언니들 정도이다. 당시 10대였던 내 입맛에 평양냉면은 “북한은 소금이 비싸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밍밍한 맛이었다. 그 기억은 10여년이 지나 다시 찾은 평양랭면 식당에서도 음식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게 했다.

“옥류관에선 두 그릇씩 시킵니다.”

식당에 들어서자 유니폼을 입고 곱게 머리를 묶은 종업원이 살갑게 몇 명인지를 물어보고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평양냉면과 쟁반국수, 물만두와 감자전을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렸다. 남북정상회담이 평화롭게 끝난 덕일까 아니면 북한식당에 마케팅 전략이 바뀐 덕일까 어렵지 않게 종업원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곳에서 쓰이는 식재료중 소고기, 고춧가루, 명태는 북한에서 공수해오는 것이란다. 종업원은 평양냉면이 나오자 식초, 겨자를 넣고 면발을 가위로 잘라주며 “우선 계란부터 드시고 면과 국물을 함께 드십시오” 라고 설명했다. 차가운 음식을 갑자기 먹었을 때 속이 놀라지 않게 계란을 먼저 먹어 속을 보호해야 하고 면발은 전혀 간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물과 함께 먹어야 간이 맞는 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냉면 면이 수명이라고 생각한다는데 잘라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라는 내 질문에 “손님들이 불편해 하셔서 잘라드립니다.”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답이 돌아왔다.

이어 나온 쟁반국수는 개량된 냉면으로 평양냉면보다 더 많은 고기가 들어가 있어 고기쟁반 국수라고도 불린다.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는 고기쟁반국수는 평양냉면보다 국물이 자작하고 간이 좀 더 세다. 육수는 평양냉면과 같은 것을 써서 맛에 큰 차이는 없었다. 만두와 감자전은 색다를 것 없는 맛이었지만 만두가 너무 맛있어서 만두 먹으러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렸을 때 먹은 평양냉면은 맑은 국물에 밍밍하기 그지없는 맛이었는데 이날 먹은 평양냉면은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고 다대기를 푼 육수에서 느껴지는 칼칼함이 일품이었다. 농담 삼아 건낸 “옥류관 냉면이 맛있어요? 이곳 평양랭면 냉면이 맛있어요?” 라는 질문에 “당연히 옥류관 냉면이 더 맛있지요, 거기서는 두 그릇이 나옵니다” 라며 대답했다. “두 그릇?? 왜 두 그릇이 나와요? 다른 맛이 있어요?” 라고 되묻자 “너무 맛있어서 한 그릇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라는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옥류관의 냉면은 얼마나 맛있기에 한 그릇 가지고는 부족하다 할까싶을 정도로 이날 찾은 평양랭면의 냉면은 너무나 맛있었다. 어른이 된 내 입맛이 변한건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곳 냉면 맛이 변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식당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기에는 충분한 맛이었다. 평양온반, 어복쟁반, 함경도 감자 막갈이 만두, 개성 보쌈김치등 북녘에 있는 소문난 맛있는 음식을 모두 맛 볼 날이 멀지 않았기를 기대해본다!/엄혜정

 

제점수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