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것 신는 것

기사입력 : 2018년 04월 20일

dsc_0269▲ 대낮에 잠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캄보디아인 일명 캄보디아 파자마 패션  (사진 구글)

“대낮에 잠옷 입고 나다니는 여자들이 많네요?”

캄보디아를 처음 방문했던 한 후배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뱉은 말이다. 잠옷,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한국 기준으로는 분명한 잠옷인데 캄보디아에서는 당당한 외출복이라는 것을 그가 알 리가 있겠는가. 이른 아침 시장 근처를 지나다 보면 잠옷 같은 의상을 걸치고 시장에 나온 여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의상은 몸빼 스타일의 바지와, 그와 같은 색깔의 상의로 이루어지는데, 대개 화려한 꽃무늬나 체크무늬의 얇은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잠잘 때 입기도 하지만 집안에서 가볍게 입는 캄보디아 여자들의 생활복이다. 가까운 곳에 잠깐 나갈 때 걸치는 외출복이 되기도 하다. 공장이 쉬는 휴일이나 저녁 무렵, 공단 지역의 근로자 집단 주거 지역에 가면 이 의상으로 활보하는 아가씨들이 꽤 많다.

밖에 나가 보면 젊은 여자들은 청바지에 티셔츠가 주류를 이룬다. 캄보디아만큼 청바지를 즐겨 입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날씨가 항상 덥기 때문에 티셔츠를 입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청바지는 땀이 나면 몸에 달라붙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불편할 텐데 다른 옷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입는다. 왜 그럴까? 캄보디아 사람들의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다. 출퇴근이나 외출을 위해 밖에 나다니는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여러 번 오토바이를 타야 한다. 자기가 손수 운전하든 남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든 오토바이를 탈 때 청바지만큼 좋은 옷도 없을 것이다. 먼지가 많은 시내를 돌아다녀 더러워져도 청바지는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또 값도 저렴하고 오래 입을 수 있다. 상의는 남녀를 불문하고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세탁이 쉽고 옷값이 저렴해서 그런 것이다. 또, 더운 나라지만 짧은 팔 상의보다는 긴팔 상의를 선호한다. 남자들은 모자를 즐겨 쓴다.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

몇 년 전, 캄보디아인 부부를 데리고 한국에 간 적이 있었다. 결혼할 신랑 측의 부모가 초청해서 사돈될 사람끼리 만나는 자리였다. 아뿔싸! 인천공항에 내린 뒤에 보니 신부 측 부모들이 모두 샌들을 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출발하기 전에는 왜 못 보았는지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여자야 그런 대로 넘어갈 수 있지만 남자가 샌들을 신고 한국 손님을 만난다? 더군다나 처음 만나는 사돈될 사람들인데… 약속 시간이 아침 9시 반, 공항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시장에도 들르고 백화점에도 가 봤지만 이른 아침에 문을 연 상점이 없었다. 그렇다고 샌들을 신은 채로 대면시킬 수도 없고는 노릇. 이리저리 헤맨 끝에 간신히 구두 한 켤레를 사서 위기를 모면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즐겨 신는 신발은 샌들이다. 집안에서건 밖에서건 대부분 샌들을 신고 다닌다. 직장에 출근하면서도 그런 경우가 있고 좀 격식을 차릴 자리인데도 그렇게 나와 우리 같은 이방인들을 혼란스럽게 할 때가 있다.

각 나라 사람마다 즐겨 먹는 것이 서로 다르듯이, 무엇을 입거나 신는 것은 각자의 취향이자 문화다. 나만의 잣대로 남을 잴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와 다른 지리적 환경과 풍토, 오랜 전통과 생활양식에서 굳어진 이들만의 문화를 나의 문화 기준에 견주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이상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캄보디아에 사는 재미중의 하나다. 잠옷 패션으로 밖에 나다니는 사람은 없지만 반바지와 샌들 차림으로 다니는 한국 사람들은 종종 눈에 띈다. 캄보디아에 살면서 캄보디아의 환경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한강우(KLC TOPIK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