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국제 결혼자 한국어 교육

기사입력 : 2016년 03월 03일

한국인과 결혼하고 곧 한국에 들어가려는 캄보디아 여성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학교를 찾아온다.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개중에는 자기 혼자 와서 등록을 하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의 배우자가 직접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한국에서 전화로 상담을 하고 캄보디아 배우자를 학교에 맡기기도 한다. 지지난해부터 결혼 이주 여성의 한국 입국 비자 요건이 강화돼서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춰야 한국에 들어갈 수 있다. 세종학당의 기초 한국어 과정을 이수하거나 한국어능력시험(TOPIK) 1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 능력을 기르기 위해 결혼을 하고도 1년 이상 기다려 한국어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혼 이주 여성만을 위한 기초 한국어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보통 4개월 정도 집중 교육을 하면 한국어능력시험에 무난히 합격한다. 캄보디아어 문자를 못 읽고 못 쓰는 학생이 더러 있을 정도로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들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교육에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 큰 문제가 없다.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학습 분위기를 잡아 주면 대부분 이에 적응해서 일정한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무난히 습득한다.

한국행을 앞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일반 학생들에 비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인과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장차 완전한 한국인으로 우리의 이웃이 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돼서 한국어 들어가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 주고 싶지만 그걸 시간이 부족해 늘 안타깝게 생각한다. 서너 달 교육으로는 시험에 합격할 수준은 되지만 대화가 되는 수준은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 들어가서 직접 부딪히면서 한국어를 습득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들어가는 여성들에게 언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국 문화를 익히게 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성향과 특성은 물론 생활 방식과 관습, 예절 등은 이들이 한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바로 맞닥뜨려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 다만, 기숙사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는 늘 생활을 같이 하기 때문에 한국을 알려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이들에게는 한국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수시로 얘기해 준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신부의 배우자들이 종종 전화를 한다. 신부의 안부를 묻는 전화다. 나는 이들에게서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앞으로 남편으로서 신부에게 지켜 주어야 할 것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환경과 문화가 전혀 다른 곳에 가서 정착해야 하는 캄보디아 여성들을 위한 내용이지만 남편들에게 꼭 필요한 사항들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열쇠는 여성보다 남성 쪽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한국에 들어가는 여성 못지않게 외국인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들에 대한 교육도 매우 중요하다.

국제결혼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할 이들 결혼 이주자들이 한국어 때문에 받는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에 들어가서 6개월 정도면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데, 들어가기 전에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기르기 위해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