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결혼 이민자 교육

기사입력 : 2015년 03월 12일

한국인과 결혼하고 한국에 들어가려는 캄보디아 여성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학교를 찾아온다. 요즘 들어 부쩍 늘었다. 개중에는 자기 혼자 와서 등록을 하고 공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의 배우자가 직접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한국에서 전화로 상담을 하고 캄보디아 배우자를 학교에 맡기기도 한다. 캄보디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신부가 한국에 들어가기까지 전에는 한두 달 정도 걸렸는데 요즘은 요건이 강화되어서 한국 입국 비자를 받기가 무척 어려워졌다.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 능력 시험 1급에 합격하거나 지정된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일정 시간 교육을 받은 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런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4,5개월, 많게는 1년 가까운 한국어 공부가 필요하다.

한국행을 앞둔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일반 학생들에 비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한국인과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장차 완전한 한국인으로 우리의 이웃이 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 여성들에게는 가급적 수강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주거나 희망자에 한하여 추가적인 개별 교육을 받게 한다. 한두 달 과정으로는 한국어를 읽고 쓰는 능력을 기르는 데는 충분하지만 일상 회화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한국에 들어가서 직접 부딪히면서 한국어를 습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이 교육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갈 때에는 학교에서 배우는 교재와 함께 이들이 한국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교재를 특별히 챙겨 준다.

한국에 들어가는 여성들에게 언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국 문화를 익히게 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성향과 특성은 물론 생활 방식과 관습, 예절 등은 이들이 한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바로 맞닥뜨려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 한국어를 배우러 학교에 오는 이주 여성들을 붙잡고 한국에 관하여 대화를 나눠 보기도 하지만 크게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다만, 기숙사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는 늘 생활을 같이 하기 때문에 한국을 알려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한국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수시로 얘기해 준다.

몇 달 전에는 한국에 들어간 이주 여성의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에 들어온 뒤로 아내가 잘 먹지 않고 얼굴 표정이 밝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당사자와 직접 대화를 해 보니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다는 판단이 섰다. 또, 이주 여성이 체득해야 할 것도 많지만 남자 배우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주 여성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고, 남편 되는 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당부를 해 주었다. 요즘에도 남편 되는 사람의 전화를 받곤 한다. 아내가 잘 적응해 나가고 있어 고맙다는 인사도 받는다. 좋은 결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그를 대하면서 가슴이 뿌듯해지곤 한다.

3주 후에 캄보디아에서 한국어 능력 시험(TOPIK)이 치러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듣고 자습을 하고 문제를 풀면서 시험에 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안쓰러움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 개인별로 학습 성취도가 낮아 실력 향상이 더딘 학생이 있는 반면 서너 달 공부해서 합격권에 드는 학생들도 있다. 한국인과 결혼해 주는 것도 고마운데 출발부터 이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아 한국인으로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 명도 탈락자가 없기를 빌면서 늦은 시간까지 불이 켜져 있는 자습실을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