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공휴일과 명절

기사입력 : 2012년 09월 07일

휴일에 관한 한 캄보디아는 단연 선진국이다. 1년에 25일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어서 한국의 14일에 비해 열흘이나 더 많다. 어디 그뿐인가.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면 그 다음 월요일이 자동적으로 쉬는 날이 된다. 토요 휴무제는 한국보다 훨씬 오래 전에 시행돼서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어 있다. 다만, 봉제 공장 같은 곳이나 정규 학교는 토요일 휴무를 하고 있지 않는 곳이 많다.

캄보디아에는 3일짜리 연휴가 1년에 네 번이나 있다. 캄보디아 설날(4월), 국왕 생일(5월), 프춤번(10월), 물축제(11월) 등이 그것들인데, 이런 공휴일이 낀 달만 되면 특히 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걱정이 커진다. 일하는 날짜는 적고 휴일근무를 시키자면 별도의 수당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휴가 낀 달 중에는 한 달 정상 근무일이 16,7일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어 한 달 중에서 거의 반은 쉬는 셈이다.

캄보디아의 휴일 중에서 특이한 것 중의 하나는 왕과 관련된 휴일이 많다는 점이다. 국왕 생일(3일 연휴), 국왕 즉위일, 왕 부친과 모친 생일(각각 하루씩) 등 6일이나 된다. 입헌군주국이라 그렇다고 이해는 하지만 왕의 부모 생일까지 국가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불교 국가답게 부처와 관련된 휴일이 이틀 있는데, 한국은 석가 탄신일을 공휴일로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는 설법을 시작한 날과 열반에 든 날을 공휴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국제적으로 제정된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날이 많다. 세계 여성의 날, 노동자의 날, 국제 어린이의 날, 국제 인권의 날 등이 그것들인데, 이 중에서 한국은 노동절과 어린이날만 공휴일로 지정하여 쉬고 있다. 이 밖의 캄보디아 법정 공휴일로는 크메르루즈 해방일, 제헌절, 독립 기념일 등이 있다.

캄보디아의 최대 명절은 설날과 프춤번(한국의 추석에 해당)이다. 이때에는 객지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캄보디아 사람들이 고향을 찾기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는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고 프놈펜 같은 도시는 며칠 동안 썰렁해진다. 각각 3일간 쉬지만 여기에 며칠씩 더해서 쉬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어서 이 두 명절 앞뒤 며칠은 정상적인 근무가 되지 않는 곳이 많다. 또, 휴일이나 주말 사이에 낀 소위 샌드위치 데이도 자발적으로 쉬는 경우가 많아서 캄보디아 직원을 쓰고 있는 사람들의 고민이 크다.

6월 1일은 국제 어린이의 날인데 작년부터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올해는 지방의회 선거일(6월 3일, 일요일)이 하루 추가되어 그 다음 날을 쉬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장은 노동자들이 고향에 내려가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월요일까지 가동을 멈춰야 하고 노동자들의 귀향 편의를 위해 월급을 가불해 주라는 공문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4월(캄보디아 설날), 5월(왕 생일) 연휴에 이어 6월까지 쉬는 날이 많아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일을 더 많이 하면 수입이 더 생긴다는 것을 알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그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쉴 수 있을 때 철저하게 쉬려고 한다. 가끔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놀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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