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 영어 한국 영어

기사입력 : 2012년 05월 03일

 

“Teacher for me sorry. test not plan. I dont know have a test. i very sorry about test at evening not really good. I want to make clever student for KLC. because i love KLC. And very like teacher…”

한국어를 배우는 캄보디아 여학생이 내게 보낸 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은 그대로 옮긴 영문 문장이다.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별안간 시험을 치렀더니 시험을 보고 집에 돌아가서 시험을 잘 못 봐서 죄송하다는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보낸 것이다. 간결하게 보내기 위해서 축약이나 생략, 음차가 사용되고 문법을 무시하기도 하는 것이 문자 메시지의 속성이긴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곳곳에서 오류가 드러나는 영어 문장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전혀 없을 정도로 영어를 잘 하는 학생인데 이렇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대학을 나온 우리 학교 매니저의 영어도 이와 비슷하다. 물품 청구서 같은 영문 서류를 만들어 오면 철자나 문장이 틀린 경우가 자주 나오는데 그의 영어 회화 수준은 매우 높다.

캄보디아에 처음 와서 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높다는 데에 무척 놀랐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서 아파트 앞에 진을 치고 서 있는 모토 기사 중에도 간단하나마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꽤 있고 일반 상점에 가서 물건을 흥정할 때도 영어로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흔히 있다. 캄보디아에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수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한국의 대학생들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공부하는 양으로 보면 한국의 학생들이 캄보디아 학생들보다 5배 이상 많을 텐데 영어 회화 실력은 이렇게 다르다. 왜 그럴까? 몇 달간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그 이유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회화 중심으로 영어를 공부한다. 학원에 몇 달을 다녀도 문법을 설명해 주는 일이 없었다. 그저 듣고 말하는 것만 가르쳤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자유자재로 대화를 나누는 그들 속에서 반벙어리 신세로 있던 내가 필기로 치르는 월말 시험에서는 줄곧 수석이나 차석을 차지하는 우스운 일도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문법을 달달 외우면서 배운 영어 실력이 3,4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듣고 말하지 못하는 영어가 지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캄보디아 영어 학원의 초급 과정은 거의 캄보디아 선생님들이 가르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표현에도 문제가 좀 있다. 그렇지만 영어를 빠른 기간에 습득해서 현장에서 실용적으로 써먹는 데야 어찌 그런 문제만을 탓하랴. 글로 써 보라고 하면 철자 틀린 게 부지기수로 나오지만 불과 몇 달 공부해서 자신있게 영어를 구사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보면 그저 놀랍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철저히 구술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영어를 써먹을 일이 많아서 영어를 공부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프놈펜 시내에서 밖에 나가면 도처에서 캄보디아 사람이 아닌 외국인을 만날 수 있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한국인 중에는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붙이면 괜히 움츠러드는 사람이 많다. 처음부터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려는 생각 때문이다. 몇 개 단어를 나열해서 말하는 수준이 초기 영어 학습의 시작이고 틀리게 말하는 게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부끄러워해서 배우다가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 영어와 한국 영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도 몇 개월만 공부하면 간단한 회화 능력을 습득하는 캄보디아 사람들, 그들의 용기와 영어 학습법을 본받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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