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캄보디아의 교통 문제

기사입력 : 2011년 10월 31일

 

며칠 전, 저녁 식사를 위해 차를 몰고 나갔다가 1시간 20분이나 길에 붙잡혀 있었다. 20여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1시간이나 더 걸려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큰길은 물론 골목길까지 온통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뒤엉켜서 빠져나갈 방도가 없었다. 요즘은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교통체증을 겪기 일쑤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부쩍 늘어난 반면 도로는 거의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 수립이 없는 한 프놈펜 시내 전체가 상습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원시적인 촌락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시골은 또 다른 교통 문제를 안고 있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불편할 때가 많다.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있는 집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그런 것조차 없는 집은 인근의 시장에도 가기가 어렵다. 모토(오토바이 택시)를 부르면 되지만 요금이 비싸서 큰 부담이 된다. 프놈펜에 시내버스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골에 버스 노선이 없기 때문에 좀 먼 곳에 나가자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집에서 읍내까지 나와서 개별적으로 차나 오토바이를 흥정해서 목적지에 갈 수 있는데 요금이 만만치 않다.

군 소재지 정도의 도시에는 프놈펜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래야 대부분 한국에서 쓰다 버린 12인승이나 15인승 승합차들인데 이것이 지방과 도시를 잇는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버스는 보통 하루에 한 편 정도 운행되기 때문에 손님이 어느 정도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손님이 많을 때에는 승차 인원의 두 배가 넘게 태우기도 한다. 여기에 짐까지 싣다 보면 지붕과 뒷문 밖까지 짐이나 승객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프놈펜의 대표적인 농산물 집산지인 담꼬시장 같은 곳이나 지방으로 나가는 시 외곽 도로에 가면 시골에서 올라온 낡은 승합차들이 귀향하는 손님을 기다리며 줄줄이 서 있다.

오늘 날 여객이나 화물 운송 능력은 그 나라의 경제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곧 경제 활동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캄보디아는 교통 후진국이다. 왕복 2차로의 국도가 국가 기간 교통망이고 국도를 벗어나면 대부분 비포장 도로다. 철도망이 있으나 대부분 30년 이상 된 노후 철로라 거의 운송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또, 프놈펜과 몇 개 도시를 빼고는 정규 버스 노선이 없다. 낡은 승합차가 버스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발은 단연 오토바이다. 프놈펜 시내뿐만 아니라 시골 구석구석까지 오토바이가 사람과 물자 이동의 중요 수단이다. 낡은 오토바이라도 한 대 없으면 경제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오토바이 사고도 빈번하다. 교통 사고율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얼마 전까지 한국이 가지고 있던 불명예를 캄보디아가 안게 된 것 같다.

교통비 부담률은 가히 살인적이다. 프놈펜에 사는 서민이 직장에 나가면서 생활하자면 한 달에 30~70달러를 교통비로 지출해야 한다. 급료의 20~40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다. 교통 문제 하나 해결해 주면 국민 개인 소득이 몇 십 퍼센트는 올라갈 텐데 집에 비싼 외제차 몇 대씩 두고 사는 높은 분들이야 이런 문제가 남의 일인 듯하다. 그런데, 프놈펜에 시내버스가 생긴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번에는 정말 생기는 걸까?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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