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즐길 곳이 별로 없다

기사입력 : 2014년 01월 08일

학교 기숙사 학생들을 위해서 지하실에 탁구대를 들여 놓고 배드민턴 채를 몇 개 사 놓았다. 젊은이들이 온종일 건물 안에 갇혀 사는 것 같아 여가 활용도 하고 신체 단련도 하게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별로 이용하는 학생이 없어서 직원들에게 물어 보니 탁구나 배드민턴을 칠 줄 아는 학생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몇몇 학생들을 불러 운동을 같이 하면서 관심을 갖도록 해 주었지만 아직은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어제는 학생들을 모두 불러 놓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꼭 운동을 하라고 당부까지 했다.

기숙사 학생들이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면서 보내나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주로 하는 것이 컴퓨터 게임(주로 포커 게임)과 TV 시청이었다. 뛰는 것보다는 앉아서 하는 것에 익숙한 것 같았다. 하루에 몇 시간씩 컴퓨터나 TV 앞에 매달려 있는 학생도 있었다. 가끔 캄보디아의 학교 근처를 지나다가 교정 안을 들여다보곤 하는데 한국의 학교 운동장처럼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물론 늘 햇볕이 쨍쨍 내리쬐기 때문에 밖에 나와서 운동을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은 든다. 학교의 교육 과정 중에 체육 과목이 있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새벽마다 운동을 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해가 떨어지고 난 저녁에도 사람들이 나온다. 스탠드 위에서는 음악을 틀어놓고 무리를 지어 에어로빅을 한다. 운동장 트랙을 따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스탠드 밖의 넓은 주차장에서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축구나 농구를 하기도 한다. 프놈펜에는 이런 운동장이 또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서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은 이 둘이 전부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강변으로 몰린다. 더위를 식히면서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다. 그러나 거기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눈에 뜨지 않는다. 친구나 연인, 가족끼리 모여 앉아서 주로 담소를 나눈다. 노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서 함께 나눠 먹기도 한다. 햇볕을 피할 나무도 별로 없기 때문에 저녁에나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곳이 강변이다. 프놈펜 시내에서 나무 그늘이라도 좀 있는 곳은 왓 프놈 정도다. 작은 언덕 위에 절이 있고 절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큰 나무들이 서 있다. 천천히 한 바퀴 돌아도 10분이 채 안 걸리는 작은 공원이지만 나무 그늘이 있어서 한낮에 쉴 만한 곳으로는 프놈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수백 세대가 사는 대규모 플랫 하우스(2~3층 연립 주택) 단지에서도 어린이 놀이터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단지 안에 작은 공원조차도 없다. 집만 다닥다닥 붙어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길이나 집 주변 공터에서 뛰논다. 시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 시설도 변변치 않다. 노인정도 보지 못했다. 실내외 수영장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다. 캄보디아는 공원이나 체육 시설, 놀이터, 공중 화장실 같이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편의 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프놈펜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녹지나 시민 편의 시설을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지반을 좀 높이고 주변에 나무를 심어서 잘 가꾸면 멋진 공원이 될 만한 호수들이 프놈펜에는 아주 많다. 매립해서 집터만 만들 게 아니라 공원과 같은 휴식 공간도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