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하지 않는 숫자 흔들리지 않는 판단…SM글로벌 양성모 회장의 캄보디아 기록

기사입력 : 2026년 01월 19일

#DSC00061_WS캄보디아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양성모 회장은 자신을 드러내는 말보다 차분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회계와 금융이라는 숫자의 세계에서 출발해 기업의 구조와 흐름을 읽어온 그의 경력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기보다 묵직하다. 한 기업이 흔들릴 때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고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짚어내는 일이 그가 오랫동안 해온 역할이었다.

그는 회계와 금융을 기반으로 기업 경영과 구조조정 인수합병을 오랫동안 다뤄온 전문 경영인이자 경영자문가다. 한국에서의 젊은 시절 그는 롯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과 무역회사에서 실무를 쌓았고 이후 일본계 기업의 서울지사장으로 근무하며 국제 비즈니스 경험을 축적했다. 이후에는 경영컨설팅 분야로 옮겨 기업 자금 조달 기업금융 IPO 자문과 M&A를 주력으로 활동했다.

그의 커리어의 정점은 코스피 상장기업의 CFO 전무 시절이다. 수천 명의 임직원과 외국인 근로자가 함께하는 조직의 재무를 총괄하며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직접 지휘했다. 상장기업 세무조사와 금융감독원 지정 감사 등 가장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 가능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선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일은 그가 이후 캄보디아에서 보여준 문제 해결 방식의 토대가 됐다.

양성모 회장은 2006년 4월 30일 처음 캄보디아에 발을 내딛었다. 정보통신부의 요청으로 우정사업 선진화와 민영화 자문을 위해 초청받아 4박 5일 일정으로 방문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그는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다만 새로운 시장을 직접 보고 판단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캄보디아를 찾았다.

이후 ABA은행 부행장으로 합류하며 다시 캄보디아를 마주했다. ABA은행에서 캄보디아 금융과 투자 환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그는 2009년 1월 2일 프놈펜의 한 호텔에 작은 사무실을 열었다. 당시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던 시기였다. 그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였다.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 법과 제도를 몰라 불필요한 위험을 떠안는 기업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양 회장의 출발점은 늘 같았다. “법과 제도 안에서 제대로 하자”는 원칙이었다. 캄보디아는 법치국가이며 절차를 지키면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라는 믿음은 그의 모든 자문과 판단의 기준이 됐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나 풍문이 아니라 직접 확인하고 체득한 경험만을 신뢰했다. 그는 한때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수천 페이지의 자료를 모두 버린 적도 있다고 말한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지식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되고 수많은 오류를 낳는 다는 것을 직접 현장에서 체득한 그였다.

SM글로벌이 회계법인에서 출발해 신탁 경영자문 부동산 감정평가 세무와 회계감사까지 종합 솔루션 그룹으로 확장한 배경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이는 외형 확장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특히 부동산 분야는 권리관계가 불분명하고 외국인의 직접 투자 제한으로 인해 차명 구조가 빈번한 영역이다. 그는 법과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투자가 얼마나 큰 위험으로 이어지는지 수없이 목격했다. 그래서 감정평가법인과 부동산 중개법인을 직접 설립했다. 한국 기업 최초로 캄보디아 정부 승인을 받은 부동산 중개법인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그는 몇 시간에 걸친 구두 심사와 토론을 감내했다.

그가 끝까지 타협하지 않은 기준은 명확하다. 고객이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되 불법과 편법에는 단호히 선을 긋는 것이다. 세무와 감사 과정에서 부당한 요구가 있을 때는 끝까지 이의제기를 하고 합법적인 자료로 소명한다. 수천만 달러 규모의 세금 추징이 예고됐던 사안을 수년에 걸친 협상 끝에 합리적인 수준으로 마무리한 사례도 있다. 쉬운 타협은 관행을 굳히고 결국 더 큰 피해를 만든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맡았던 한인회장직 역시 같은 철학 위에 있었다. 그는 처음부터 한인회는 봉사의 자리이며 개인 비즈니스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임원 구성에서도 기업인과 교민사회 인사를 균형 있게 배치했다. 그 시기 한인사회는 급격히 팽창하며 무연고 사망과 사고가 잇따르던 때였다. 당시 CSC경호경비(대표 전범배)의 도움을 받아 교민안전지원단을 발족해 24시간 상담과 숙식 지원 귀국 연계를 도왔다. 어떤 경우에도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끝까지 지켜졌다.

아시아한상 수석부회장으로서의 역할 역시 명확하다. 한상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상공인과 기업인을 아우르는 자생적 조직이다. 각국 한상 조직은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와 한국 기업과의 연결이라는 두 가지 강점을 동시에 지닌다. 그는 한상 네트워크의 역할을 정확하고 안전한 가교라고 정의한다. 현지화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배 경제인들에게 그가 건네는 조언은 단순명료하다. 인내하라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의 사업은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문화와 국민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시절 해외에서 한국인으로서 겪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선진국이라는 자만이 가장 위험한 태도라고 강조한다. 스스로 20년 30년 계획을 세워왔고 때로는 수년 전 적어둔 계획이 뒤늦게 현실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기록으로 남길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뉴스브리핑캄보디아 독자들에게 지금의 어려움도 결국 지나갈 것이라 말한다. 교민사회는 더 힘든 시기도 지혜롭게 극복해왔다. 정론지로서의 역할을 이어가며 다양한 세대와 분야를 잇는 매체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응원도 덧붙였다.

캄보디아에서 원칙을 지키며 쌓아온 양성모 회장의 시간은 지금도 조용히 현재진행형이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