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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밝은 빛을 전하다 칠보산업 박노학 회장 인터뷰
묵묵히 걸어온 전기의 길
박노학 회장과 칠보산업 이야기
2001년 4월 14일 대한민국의 한 전기설비 기업인이 처음 캄보디아 땅을 밟았다. 당시 그는 단순히 국제입찰 전기공사를 위해 일시적으로 방문한 기술자였지만 24년이 흐른 지금 그는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배전·발전 통합 라이선스를 보유한 외국계 전력공급업체의 수장이자 캄보디아 전력공급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바로 칠보산업 박노학 회장이다.
칠보산업은 대구를 기반으로 국내에서 송전선로 공사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캄보디아 첫 진출을 시도한 2001년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국제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진출했고, 1천 8백만 불 규모의 대형 송배전 정비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캄보디아 8개 도시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라타나끼리, 반띠에민쩨이, 스퉁뜨렝, 캄폿 등 내전 직후의 복구가 한창이던 도시들에 배전선로를 새로 정비하고 전봇대 2만 4천 기를 세우는 사업이었다.
칠보산업은 캄보디아에서 유일하게 배전·발전 통합 라이선스를 보유한 외국계 전력회사다. 2023년 기준으로 캄보디아 전력청(EAC)에서 발급한 전기공급 라이선스는 총 540건이지만, 대부분이 현지 소규모 운영자이며 실질적인 외국계 사업자는 거의 전무하다. 현재까지 통합 라이선스를 보유한 외국계 기업은 칠보산업이 유일하며, 라이선스 번호만 봐도 그 위상이 드러난다. 국가 전력공사인 EDC가 1번, 칠보산업은 12번을 부여받았고, 실제 운영 중인 기업 중에서는 상위 6위권 내에 속한다. 이는 단순히 오래된 사업자가 아닌, 그간의 실적과 신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캄보디아 내 입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도둑맞고 다시 가져오고 또 도둑맞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캄보디아 사업 초기, 박 회장은 현실의 벽에 매일같이 부딪혔다. 내전의 후유증이 남아있던 시절 전력 인프라를 깔기 위한 자재는 대규모로 한국에서 공수해야 했다. 박 회장은 공수한 자재를 배분하여 전국에 분산시켰지만 밤마다 도난사고가 이어졌다. 자재가 없어 중단되면 한국에서 다시 보내야 했고 급한 자재는 항공으로 실어날랐지만 또 도난당하는 일이 반복됐다.
“당시 40피트짜리 컨테이너 148개를 한국에서 가져왔어요. 시하누크빌 항에 도착한 자재들을 전국 8개 공사 현장으로 보내 작업을 시작했는데 자재 절반 이상이 분실됐습니다. 도난사고로 자재가 사라지면 항공으로 긴급 수송했지만 그마저도 현장에 내려놓기 무섭게 없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건 끝을 봐야 한다”는 책임감 하나로, 150만 불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공사를 완수했다. 그 경험은 박 회장에게 ‘가장 값비싼 수업료’로 남았지만, 동시에 그가 캄보디아 전력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의 감동을 캄보디아에서 다시 느꼈습니다”
박 회장은 전기공사 40년 경력을 지닌 기술자다. 국내에서는 전국 송전선로 시공 실적 상위권에 드는 중견기업을 이끌며 특히 섬 지역 전력 공급 프로젝트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한때 한국의 연도라는 섬에 송전선로를 처음 설치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는 그 근처죠. 섬을 횡단해 송전철탑을 세우고 전기가 처음 점등되는 날 점화식을 했어요. 주민들이 형광등 하나에 기뻐하며 박수를 치던 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밝은 불빛 하나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그날 실감했죠.”
캄보디아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캄퐁톰 프로젝트다. 사업을 인수했을 무렵인 2000년대 초반 캄보디아 전체 국민의 전기 수혜율은 26~27% 수준에 불과했고, 수도 프놈펜조차도 신호등이나 가로등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캄퐁톰 역시 프랑스 식민지 시절 남겨진 소규모 배전선로 외에는 제대로 된 설비가 없었고, 하루 2~3시간만 공급되는 전기는 주민들의 일상을 지탱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박 회장과 칠보산업은 해당 지역에 24시간 전력공급 체계를 민간 차원에서 처음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전기 공급을 넘어, 지방도시 전력공급의 민간 모델이 무엇인지 보여준 선구적 사례로 기록된다.
“캄퐁톰에 처음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던 날이 생생합니다. 전기가 없어 밤이 되면 늘 어두웠던 시내가 환해졌어요. 깜깜하던 집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고,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박수를 쳤습니다. 그 장면이 한국 연도에서 느꼈던 감동 그대로였습니다. 그 순간 ‘아,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알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적자는 나도, 더 좋은 전기를 위해 투자해왔습니다”
캄보디아는 전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국가다. 초기에는 디젤 발전기를 도입해 공급했지만 고장이 잦고 연료비가 급등하는 등 운영의 어려움은 다양했다. EAC(전력청)에서 연료가격에 따른 요금 조정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공급 불안정과 기술 한계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다.
이러한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박 회장은 캄퐁톰에 캄보디아 최초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건설했다. 왕겨, 우드칩 등 지역 자원을 연료로 삼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이 발전소 덕분에 캄퐁톰은 전국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양질의 전기를 공급받는 지역으로 거듭났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적자가 나더라도 투자해야 했습니다. 지금도 흑자가 크진 않지만 나오는 수익은 단순한 이익으로 남기기보다는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사업에 재투자해 기후변화에 맞는 전기 공급 설비를 보완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넘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는 이 구조가 단순한 사업 모델이 아닌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하나의 선순환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발전 후 나오는 재는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어 비료로 활용되고 있으며 에너지 작물 시험재배를 통해 농가 수입 다변화도 시도 중이다.
“캄보디아에서 활선공사, 한국 기술로 가능했습니다”
2009년, 박 회장은 캄보디아 최초로 활선(살아있는 선로) 상태에서의 수리작업을 도입했다. 한국에서는 일반화된 기술이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었다. “정전 없이 공사를 하면 인건비와 장비비용은 올라갑니다. 하지만 시민 불편은 줄어들고,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전 보상이 없는 캄보디아지만, 우리는 한국식 무정전 공법을 접목시키고 싶었습니다.”
“EDC와의 협업을 통해 직원 교육도 함께 진행하며 기술 이전 및 안전관리 체계까지 전파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캄보디아 정부에서도 집중 조명하며 공중파 저녁 뉴스에 10여분간 소개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 우수상 수상…조용한 실천이 만든 값진 성과
칠보산업 박노학 회장이 쌓아온 수십 년의 현장 경험과 환경을 향한 묵묵한 실천이 국내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 2025년 7월 8일, 박 회장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3회 대한민국 환경문화대상’ 시상식에서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상(우수상)을 수상했다. 본 상은 환경부와 서울특별시, 국회 상임위원회 등 정부 기관의 후원 아래 세계환경올림픽조직위원회(IEOC)와 월드그린환경연합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절감, 탄소중립 실천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인물에게 수여되는 명예로운 상이다.
“박 회장은 캄보디아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운영하며 농업·임업 부산물을 연료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구조를 도입한 공적을 인정받아 이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칠보산업의 노력은 단순한 전력 공급을 넘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 농가 수익 증대, 자연 순환 기반의 발전 모델로 확장되었고 캄보디아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에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실천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소감을 묻자 박노학 회장은 “특별한 업적이라기보다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이번 수상은 오히려 저 자신에게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처럼 느껴진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부끄럽지 않은 한국인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단지 한 개인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넘어 해외에서 한국 기술과 철학을 바탕으로 조용히 묵묵하게 지속가능한 길을 걸어온 한인 기업인의 자부심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의미 있는 성과로 남는다.
“함께 숨 쉬며, 함께 나아갑시다”
박노학 회장은 이제 “몸도 마음도 캄보디아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처음엔 사명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 땅의 순수한 사람들과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생판 모르는 외국인에게도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고 물 한 잔도 아낌없이 건네는 시골 사람들의 정. 가족처럼 나눠 쓰고 서로를 챙기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지난 20여년간 오히려 그를 더 배우게 했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한인 사회를 바라보며 “과거의 끈끈함이 아쉽다”고도 했다. 각 단체들이 따로 움직이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동시에 열심히 땀 흘리는 새로운 기업인들과 젊은 세대들의 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캄보디아가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캄보디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죠. 저도 그중 한 사람으로 계속 남고 싶습니다.”/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