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캄보디아-태국 국경 ‘인도적 위기’ 경고… 피란민 64만 명 돌파

기사입력 : 2025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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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와 태국 국경 지대의 군사적 충돌로 인한 인도적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64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한 가운데 특히 여성과 아동들이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는 국제기구의 경고가 나왔다.

유엔 인도적 대응 포럼(HRF)은 지난 29일 공개한 실태 보고서를 통해 12월 중순부터 시작된 태국군과의 충돌 여파가 캄보디아 북부와 서부 국경 전역으로 확산하며 심각한 강제 이주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2월 13일부터 26일까지 집계된 피란민 수는 총 64만 4,0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34만 7,000여 명은 200여 곳의 임시 거주지에 수용되었으며 나머지는 인근 지역 주민의 가정에 머물고 있다.

특히 태국군의 공격이 인구 밀집 지역까지 확대되면서 반테아이민체이, 시엠립, 오다르민체이 등 13개 주 전역에서 대규모 이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피란민의 대다수는 여성(33만 6,000명)과 아동(20만 4,000명)으로 반복되는 대피 과정에서 극심한 심리적 외상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적 여파는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1,311개의 학교가 휴교하며 32만 2,000여 명의 학생이 학습권을 박탈당했다. 유니세프와 월드비전 등이 임시 학습 공간을 마련하고 있으나 전체 대상 아동의 90% 이상은 여전히 정규 교육 체계에서 소외된 상태다.

식량 문제도 심각하다. 13개 피란민 캠프를 대상으로 실시한 영양 검사 결과, 5세 미만 아동의 3.6%가 중증 급성 영양실조를, 17.5%가 중등도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임신부와 영유아를 위한 필수 영양 공급이 끊기면서 세대 전체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WHO(세계보건기구), WFP(세계식량계획), 캄보디아 적십자사 등 국내외 구호 단체들이 의약품과 식량, 텐트 등 긴급 물자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치안 불안으로 인한 현장 접근의 어려움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지원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캠프 내 화장실과 위생 시설 부족은 여성과 소녀들의 안전 및 보건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IOM(국제이주기구)과 옥스팜 등은 위생 키트와 임시 쉼터를 제공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소 파리나 캄보디아 문서센터(DC-Cam) 원장은 “이동 중 출산하거나 적절한 돌봄 없이 방치된 어린 자녀를 둔 여성들이 가장 취약한 상태”라며 “단순한 물자 지원을 넘어 이들의 신체적·정신적 회복력을 돕기 위한 체계적인 보호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HRF는 캄보디아 국가재난관리위원회(NCDM)와 함께 합동 수요평가를 진행하며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유엔과 인권 전문가들은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인도적 지원 확대와 더불어 양국 간의 지속 가능한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중재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