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명품 세탁 20년 장인 ‘세탁K’ 김대현 사장, 캄보디아에서 세탁 문화 혁신 도전

기사입력 : 2025년 12월 08일

프놈펜 센속구에 위치한 세탁K_WS▲프놈펜 센속구에 위치한 세탁K 매장 전면

프놈펜의 한 세탁소 안 한국인 김대현 사장이 분주히 다림질을 하고 있다. 땀에 젖은 이마를 닦으며 그는 “손님 옷은 내 생명처럼 소중하다”고 말했다. 20년 경력 세탁 장인다운 꼼꼼함으로 옷 한 벌 한 벌에 정성을 쏟는 그의 손길에선 장인의 열정이 느껴진다.

김대현 사장은 서울 강남에서 20년간 명품 의류를 전문으로 하는 세탁소를 운영하며 연예인과 정·재계 인사의 의류를 책임져온 인물이다. 그는 보아, HOT 등 연예인들의 의상부터 삼성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의류까지 그의 손을 거쳐갔다고 회상한다.

김 사장은 “섬유 복원으로 유명한 일본 장인을 직접 모셔 1년간 사사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기술 연마에 힘썼다. 그는 일본에서 대를 이어 세탁 및 섬유업계에서 종사한 명장으로부터 배우며 낡은 옷이나 변색된 옷을 되살리는 고급 기술을 터득했다. 강남 청담동과 타워팰리스 등 부유층 밀집 지역에서 쌓은 명품 세탁 경험은 김 사장을 대한민국 세탁 업계의 숨은 실력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런 그가 4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터를 잡았다. 현재 프놈펜에서 운영 중인 세탁소 ‘세탁K’는 현지인들에게도 입소문이 난 곳이다. 김 사장은 비교적 기술 수준이 낮은 캄보디아 세탁 업계에서 한국에서 쌓은 고급 기술력과 세심한 서비스로 승부하고 있다. 전체 고객의 약 60%는 현지인으로, 수천 달러에 달하는 명품 신발이나 수트까지 맡길 정도로 그를 신뢰한다. 김 사장은 이런 신뢰에 “실수 없이 옷을 원상태에 가깝게 복원해내면 손님은 평생 단골이 된다”고 자신했다.

장인의 철학은 작은 부분에서도 빛을 발한다. “단추 하나 떨어진 것도 그냥 못 지나친다. 비슷한 단추라도 꼭 달아드린다”고 김 사장은 강조한다. 옷에 실밥이 튀어나와 있거나 작은 터진 부분이 있어도 그의 눈에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이러한 세심함은 현지 고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 사장은 “여기는 서비스업이다 보니 첫째도 친절, 둘째도 봉사 정신”이라며 고객을 향한 정성과 예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들에게도 옷을 다룰 때 90도로 인사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일할 것을 늘 교육하고 있다. 고객들은 그의 남다른 서비스에 감동하고 이를 통해 한국식 ‘친절 서비스’의 새로운 표본을 접하고 있다.

세탁K 로고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김대현 사장의 세탁소는 현지에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주변 호텔이나 다른 세탁소에서 실패한 옷들이 “세탁K”로 몰려들고 김 사장은 탁월한 복원 솜씨로 옷을 되살려 현지 단골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대대적인 광고 없이도 그의 실력에 감탄한 고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며 고급 세탁 수요가 많은 프놈펜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잡는 중이다.

강남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시절처럼 이곳에서도 고급 의류 고객이 많다. 그는 현직 3스타 장군, 미국·캄보디아를 오가는 자산가 등 기억에 남는 의뢰를 소개했다. 심지어 미국에서 세탁이 잘못된 명품을 다시 가져와 “살려달라”고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뷰 내내 김 사장은 세탁 원리를‘과학’이라고 표현했다. 옷감의 재질, pH 농도, 건조 습도, 드라이클리닝의 코팅 원리, 니트 보관 방식, 신발 보관 습지까지 모든 과정에 철학이 녹아 있었다. 이어 고가의 의류를 주로 다루는 데 있어서 부담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히 말했다.“원래부터 명품만 다뤄왔기에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기술은 확실하니까요.”
김 사장은 캄보디아에 새로운 세탁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현재 두 명의 현지 직원을 제자로 삼아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여기에서 세탁 혁명을 일으켜 보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는 게 김 사장의 설명이다. 이미 한 제자는 4년째 근무 중이고 또 한 명은 1년 가까이 배우며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들에게 고급 세탁 기술뿐만 아니라 장인정신과 서비스 철학까지 심어주고 있다.

김 사장은 캄보디아 세탁 산업의 기술력은“한국 70년대 수준”이라고 진단한다. 많은 세탁소가“세탁기만 돌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세탁K를 통해‘본보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김대현 사장은 가까운 시일 내 분점을 열어 제자들에게 가게를 물려줄 작정이다. 김 사장은 자신의 세탁 철학과 기술로 ‘세탁 문화 혁신’을 일으키고 싶다는 강한 비전을 내비쳤다. 한국에서 배운 장인정신과 서비스 문화가 캄보디아 세탁 업계에 뿌리내리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그는 묵묵히 다림질대 앞에 선다./문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