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호의 국립소아병원에서 드리는 편지] 일곱 번째 편지 ‘프나엑 쌀 줴, Salle G Department’

기사입력 : 2023년 12월 19일

서정호 칼럼 메인33

존경하고 사랑하는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 안녕하세요. 인사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옵소서.

오늘은 ‘‘국립소아병원 암병동” 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곱 번째 편지의 제목은 ‘프나엑 쌀 줴, Salle G Department’ 입니다.

최근 저는 한국에서 외국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한 학생과 함께 2주간 캄보디아 병원 체험을 돕는 일을 하였습니다.

외국 의대에 진학하려면 개발도상국에서 봉사한 활동 기록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학생이 캄보디아에 오겠다고 했을 때 별로 보여 줄 것이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가르쳐 주어야 하나?

그러나 이 학생은 별 불평 없이 묵묵하게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저도 편안한 마음으로 제가 하는 일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 주었습니다.

캄보디아의 병원들, 봉사 활동들 그 모습 자체가 교육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이 또한 제가 캄보디아에서 살면서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누군가 캄보디아 의료에 대해 체험하고 싶다고 하면 제가 반드시 말씀 드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CPA (Complementary Package of Activity) system입니다.
이는 캄보디아 보건부에서 후송병원(Referral Hospital, 문띠뻳 벙아엗)들이 갖추어야 할 진료 과목이나 설비, 인원 등을 국가 가이드라인으로 정해 놓은 것입니다.

CPA 1부터 CPA 3가 있는데 CPA1은 분만은 가능하지만 전신 마취 설비는 없는 병원이고 CPA3는 각 과의 전문의가 다 있고 전신마취 수술도 가능한 가장 큰 규모의 병원입니다.

정책적으로 각 도(Province, 카엗)마다 CPA3병원이 하나씩은 있도록 하는데 껌뽕츠낭 도처럼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그 학생에게도 가르쳐 주었고 견학을 온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것을 이야기할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있는데 그 분은 바로 Dr. Kros Sarath 시엠립 보건국(Siemreap Provincial Health Department) 국장님이십니다.

이 분은 제가 2016년 시엠립 주립병원에 처음 인사 드리러 왔을 때 저를 부르시면서 CPA system에 대해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때는 이것이 왜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별로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시엠립에서 프놈펜으로 오게 되었을 때 이 분은 제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닥터서가 National Level의 병원에서 근무하게 된 것을 축하합니다!’

이 또한 처음에는 그 의미가 잘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국립소아병원에서 3년쨰 일하면서 ‘National’이라는 말이 갖는 무게감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CPA 체계에서 가장 상위의 있는 CPA3 보다 더 상위의 병원은 National Hospital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에는 총 9개의 국립병원이 있습니다.

많이 들어 보신 러시안 병원, 깔멧 병원, 콘타보파 병원(프놈펜, 시엠립), 엉두엉 병원, 꼬사막 병원, 국립결핵센터, 국립모자보건센터 마지막으로 국립 소아병원입니다.

Dr. Kros Sarath 국장님이 말씀하신 National level은 그야말로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병원입니다.

제가 일했던 시엠립 주립병원(Siemreap Provincial Referral Hospital, CPA3)에는 훌륭한 설비가 갖추어져 있지만 암을 치료하지는 못합니다.

암수술은 할 수 있지만 암을 진단하는 병리과(Pathology)가 없고, 일단 진행된 암으로 확인되어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프놈펜의 국립병원들로 환자를 의뢰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소아 병원에서 소아암을 치료하는 암병동은 감히 캄보디아 소아암 치료의 센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캄보디아 소아암치료센터가 바로 국립소아병원의 G병동인 것입니다.

제가 일하는 병동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병동에서 백혈병 환아들이 골수 검사를 받고, 항암 치료를 받는 것을 보며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때로는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끝에 완쾌되어 웃으며 퇴원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너무도 행복하고 이곳 선생님들이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암병동은 혈색이 창백하고 머리카락이 빠진 환자들이 많이 있는 다소 어두운 곳입니다.

암이라는 병이 가진 무서운 파괴력 때문에 우리는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합니다.

캄보디아어로 암은 ‘쭘응으 마하릭(មហារីក)’이라고 하는데 캄보디아 분들에게도 이 병은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사형선고와도 같습니다.

어느 지방의 평범한 가정의 자녀가 하루가 다르게 혈색이 창백해지고 밥을 잘 안 먹고 보채기만 하였다.

그러더니 열이 나고 피부에 멍이 들고 잇몸에서 출혈이 생기며 배도 불러 와서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니 큰 병원에 빨리 가라고 했다.

그래서 국립소아병원에서 골수 검사를 하니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 받았다.

항암 치료에 대해 설명을 들으니 돈도 많이 들고 완치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한다.

이 때 부모의 심정은 정말 하늘이 노랗고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를 것입니다.

그래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한 아이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치료가 어려운 고위험군 백혈병으로 진단 되어서 항암치료를 포기하고 무료병원인 콘타보파 병원에 가서 간간이 수혈만 받다가 생을 마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백혈병은 완치율이 높습니다.(미국에서는 거의 90%에 이른다고 합니다.)

성인 백혈병보다 훨씬 치료 반응율도 높습니다. 그래서 희망적입니다.

물론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가족들이 생계도 접고 아이를 간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이기에 의료진도 가족들도 최선을 다합니다.

캄보디아에서 비록 부족한 자원환경이지만 이곳 의료진들은 가능한 최선의 치료를 해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깊이 존경하고 응원하며 또 작은 도움이지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에는 한 달에 한 두 명 정도의 백혈병 신환이 오는 것 같습니다.

아직 캄보디아 국가 사회 보험 제도(National Social Security Fund, NSSF)는 백혈병에 대한 고가의 항암제를 지원해 주지는 못합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

국립 소아병원 G 병동에서 백혈병과 싸우는 환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고 의료진들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이 아이들을 위해 마음 써 주시고 지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요즘 감기도 많고 저희 병원에는 뎅기열 환자도 많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안전하게 캄보디아에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캄보디아를 사랑하시고 이곳에서 수고하시는 모든 교민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은 국립소아병원 암 병동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국립 소아 병원 신생아실’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국립 소아 병원이나 환자 관련 문의가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캄보디아 KOICA 의사 서정호 올림 ( 011 944 511, 텔레그램, 카톡 모두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