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79화 참정권을 거부당하는 캄보디아 젊은이들

기사입력 : 2022년 01월 14일

지난 10월, 이웃나라 태국에서는 COVID-19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 국왕과 부패한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에 태국 정부는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등 ‘긴급조치’를 발표하며 시위 진압에 안간힘을 쏟는 듯하다. 아무래도 정권의 퇴진이나 국왕의 자숙하는 태도는 보기 어렵겠지만 젊은이들이 시위대를 대대적으로 조직해서 평화적으로 전개하는 모습은 캄보디아보다 건강하고 선진적으로 보였다. 이는 2013년 삼랑시가 입국할 때 캄보디아 젊은이들의 경쾌한 발걸음과 생동하던 외침이 근래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수정됨_79-06▲ 2013년7월, 수천 명의 캄보디아인이 귀환하는 삼랑시를 환호하는 모습

훈센 총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 역사에서 힘겹게 이룩한 자신의 왕국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정적 삼랑시는 2015년 이후 망명자 신세임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정부적인 발언으로 끊임없이 훈센 타도를 외친다. 이에 따라 자신의 뒤를 공고히 할 요량으로 지난 6월에 자신의 큰아들 훈마넷 사령관을 국민당(CPP) 청년운동조직의 수장으로 승격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의 명문대학교 출신이기에 선진적 사고관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올해 9월경 젊은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연행되고 언론통제가 이뤄졌다고 보도됐듯이 젊은이들에게 자유로운 정치 참여를 이끌어줄 인물은 절대로 아니다.

CPP 청년운동조직은 15-35세 청년 180만의 조직으로 2020년 현재 캄보디아 전체 해당 연령대 623만의 29%정도에 그친다. 즉, 70%이상의 젊은이들은 실제적으로 목소리를 죽이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CPP를 지지하는 기반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불씨만 주어진다면 2013년과 같이 거리를 점령하며 자신들의 기백을 펼칠 잠재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캄보디아의 위정자들은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전 구국당(CNRP)의 삼랑시를 비롯한 선동성이 강한 리더들의 입국을 막으면서 동시에 다소 온건한 끔쏘카 총재의 발목에는 올가미를 걸어 젊은이들의 민심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캄보디아 정부는 젊은이들에 대한 통제를 계속적으로 전면화하는 양상이다. 캄보디아가 일당체제 내지는 독재주의 양상을 보이면서 젊은이들의 행동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공간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의심할 여지없이 당국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위험하며 체포 및 기타 형태의 처벌로 이어진다.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승려와 음악가를 포함한 10명의 젊은이들이 8월13일부터 9월7일 사이에 ‘선동’혐의로 억류되어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보호받아야 마땅한 인권을 평화적으로 행사하다가 차단된 양심수들이다.

수정됨_79-03▲ 9월4일, 구CNRP 활동가의 아내인 쎙짠턴(49세)은 남편의 체포를 평화롭게 항의하던 중 보안군에 의해 땅에 패대기쳐졌다.

이를테면 9월4일에 환경단체 마더네이처(Mother Nature) 소속 활동가 툰러타(28세), 롱꾼티어(22), 푸엉께오레스머이(19)가 체포되어 형법 494조 및 495조에 따라 ‘중범죄 선동’ 혐의로 기소됐다. 롱꾼티어는 환경문제를 논의할 목적으로 프놈펜의 훈센 총리 저택을 향해 1인 시위 행렬을 수행하려 시도했을 뿐이다. 또한 유튜브로 4월에 게시한 ‘더이 크마에(캄보디아 땅)’라는 노래를 부른 래퍼 끼어쏘꾼(22세)과 그의 친구(17)도 같은 날 체포됐다. 당시에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을 둘러싼 민감한 이슈를 노래한 해당 곡은 13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모든 형태의 반대에 대해 단속이 확대된 가운데 7월말부터 최소 5명의 정치운동가와 1명의 노동조합원이 구금됐다.

크메르루즈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행보로 봐서 애국자일 것으로 의심하지 않기에 현재의 안정을 고수하려는 훈센 총리의 처절한 몸부림은 캄보디아의 어린 손자들을 구속시킬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 같다. 캄보디아의 민감한 이슈는 대체로 외세의 돈줄과 군사적 위협이 걸려있고 청년들의 저항은 어느 정도 알려진 후에야 체포하는 것을 보면 외세에 눈치 보기가 아닐까? 억류 기간이 분명히 있지만 보통은 훈방 조치되는 전례를 봐도 그렇다. 그러니 어쩌면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체포와 구금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보다는 자유로운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오히려 위정자들의 답답한 속내를 뚫어주지 않을까 역으로 추측해 본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