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예술 이야기] 첫번 째 이야기 – 예술의 힘과 향기

기사입력 : 2020년 07월 22일

1

최근 캄보디아도 코비드19의 영향으로 인해 많은 분야의 일들이 멈추거나 연기되는 상황들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이 나라는 오디션 천국이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각 방송사들은 경쟁적으로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가수, 댄스, 연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신인 발굴과 더불어 기성세대들과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 시청률 상승효과와 더 불어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연예인에 대한 꿈과 성공을 유도하곤 했었다. 마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오디션의 붐이 그대로 옮겨 온 듯 하여 씁쓸한 느낌과 함께 이들의 열정을 동시에 느끼는 미묘한 시간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막연하게 음악가로서의 꿈을 꾸던 시절을 회상해 보게 되었다. 부친의 직업 특성으로 인해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던 필자는 동해의 외딴 섬 울릉도에서 몇 년간의 유년시절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전국적으로 진행이 되었던 캠페인 중 하나가 <도서지방 책 보내기>였다. 그 당시로는 드물게 만화로 된 책이 있었는데 그 속에서 나의 인생 진로를 결정해 주었던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한다.

오래전 이탈리아의 한 지방에 노래를 좋아하던 꼬마 아이가 있었다. 늘 자신이 동경하던 성악가의 공연을 직접 보고 듣기 원했던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이를 위하여 주변 어른들의 심부름, 시장통에서 구두닦이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돈을 마련한 아이는 어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겨우 입장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공연 당일 너무나 많은 관람객들로 인하여 아이는 그만 극장으로 입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는 닫힌 입구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때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중절모를 쓴 신사가 친절하게 아이에게 울고 있는 이유를 물었고 아이는 속사정을 이야기 하였다.

신사는 아이를 데리고 극장 앞마당의 한 귀퉁이 바위 위에 아이를 앉혀두고는 그의 육성으로 노래를 한 곡, 두 곡 불러주기 시작하였다. 소년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극장 안에 있던 관람객과 극장주 사이에는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공연 시작 시간이 지났음에도 연주자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마음이 급해진 극장장은 연주자를 기다리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이상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내 오늘의 출연자임을 알게 된 그는 조용히 오케스트라와 관람객들을 밖으로 이동시켰다. 뜻하지 않게 갑자기 야외공연으로 바뀐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난 뒤 이 마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성악가의 공연이 열리게 되고 이 연주를 듣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작은 마을로 몰려들게 된다. 마침내 공연 당일, 마을 광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을 앞에 두고 연주자가 등장한다. 한 곡 한 곡 주옥같은 명곡들이 흘러가고 사람들은 감동의 물결 속에서 즐거워한다. 마침내 마지막 곡 연주를 앞두고 성악가는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게 된다. “오래 전 이 마을의 극장 앞에서 울고 있었던 꼬마가 자신이였다고” 말이다.

23

책을 읽던 필자에게도 잔잔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나도 음악가의 길을 가고 싶다는 꿈을 선사한 이야기는 이제 40년도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속에 깊이 간직되어 있다. 그렇다. 음악뿐만 아니라 ‘예술의 힘이라는 것은 위대하다’ 라는 생각은 나에게 지금도 각인되어 있다. 위의 이야기에서 보듯 먼저 예술가의 길을 걸어가면서 뿌린 씨앗은 더 큰 열매를 거두게 하였고, 이를 통해 많이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누리게 되지 않았는가 하는 말이다.

어떤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던 개인적으로 어떤 성공을 거두든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은 내 뒤에 누군가 내가 걸어간 이 길을 따라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시작되는 7월을 맞이하면서 이 시간을 나는 여왕의 시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시작된 우기로 인해 더위도 한 꺼풀 꺾이고 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지금은 마치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맛보았던 3월의 꽃들을 생각나게 한다. 캄보디아의 7월, 문화와 예술의 향기 가득한 시간이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2류기룡 교수

경북대, 러시아국립차이코프스키음악원(석·박사)
캄보디아 왕립예술대학 교수

성악가, 합창지휘자, 콘서트 프로듀서
NGO활동가로 동남아, 한국, 유럽에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