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36화 야만적인 폭도들과 검은 후원자들

기사입력 : 2020년 03월 19일

세계적으로 가짜뉴스가 시비거리로 부상한지 오래됐다. 그래서 캄보디아에서도 Facebook에 떠도는 많은 사진과 뉴스들이 믿을 만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믿을 수 없던 소문 내지 뉴스는 외국인 관광객이 현지인과 시비가 붙었는데 때거지로 몰려든 현지인한테 얻어맞아서 급기야 목숨까지 잃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난해 8월에 한국의 언론매체에서 외신을 인용하며 구체적인 현황과 사례를 조명해서 보도하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캄보디아에서 실제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수정됨_36시민재판3▲ 폭도들의 폭행에 대한 공공서비스 광고 장면 (UN인권 캄보디아사무소)

UN인권고등판무관실(OHCHR)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2010년-2018년에 집단구타와 ‘마녀사냥’ 사건으로 총 7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세부적으로는 교통사고와 같은 사회적 위법행위, 도난 또는 기타 침해에 대한 집단응징으로 22명이 사망했고 ‘마녀사냥’은 35명(여성3명)이나 사망했으며 나머지 16명은 심각하게 다치거나 괴롭힘을 당했다.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대부분 남성으로 주로 머리와 등을 몽둥이나 돌, 발길질로 가격당하고 복부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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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캄보디아데일리에 따르면, 2013년3월1일 교통사고로 3명의 사망자를 내고는 뻔뻔하게 뺑소니를 치던 운전자 미어 쏙헹(30세) 씨는 프놈펜의 혼잡한 모니봉대로에서 결국 분노한 추격자들한테 덜미를 잡혔다. 분노로 폭주한 수십명의 시민들이 그를 차에서 끌어내고는 마구 짓밟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Facebook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전해진 영상에는 운전자에게 콘크리트 석판으로 가격하려는 시민들을 경찰이 저지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담겼다. 당시 그 운전자는 입원한 병원의 의사로부터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수정됨_36시민재판2▲ 뺑소니 운전자를 차에서 끌어내려는 시민들

OHCHR은 이러한 현상을 ‘인민의 정의구현’ 또는 ‘국민의 재판’으로 명명하고 캄보디아 정부가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러한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즉, 이 같은 상황은 캄보디아 법과 사법체계 불신, 사회의 차별, 빈곤, 인권교육의 부족에 기반해서 장기화된 편견, 억눌린 긴장과 좌절에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정부측은 경찰관이 본분을 다하지 않아서 시민들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시민들의 비협조로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토로했다.

캄보디아는 베트남군이 물러난 1991년 이래로 사법제도의 정립을 위해서 수많은 국제위원회, 연구소 및 원조기구가 참여했다. 그로부터 20여년뒤, 캘리포니아 법률대학원의 연구에서 캄보디아인의 거의 60%가 경찰이나 재판체계에 대해서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서 전문가는 캄보디아의 사법체계가 근래에 급속도로 증가하는 인구, 도시와 농촌의 커지는 소득격차 및 소수 엘리트와 보통 사람들 간의 높아지는 불일치 등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이 당국을 불신하고 직접 정의 구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수정됨_36시민재판▲ 반베트남 정서로 폭주한 시민들이 베트남인 거주민의 차량을 부수고 있다.

한편, 『캄보디아의 문명화 과정과 폭력』(2015)의 저자 브리짓 보후(Brigitte Bouhours)는 마을이나 시내 중심부에서 자행되는 집단폭행의 이면에는 역사적이거나 정치적인 동기에 따라서 경찰이 묵인하거나 조장하는 사례도 적잖다고 밝혔다. 즉, 반베트남 정서의 폭도들은 지난 수년 동안 베트남 공동체를 불균형적으로 표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데모를 사측에서 폭도들을 동원해 와해시킨 정황도 드러났다. 또한 국회밖에서 CNRP 당원들이 대중으로부터 흠씬 두들겨맞은 사건 역시 주정부가 후원해서 기획됐다고 알려졌다.

다만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여지는 지난 10년에 비해서 집단폭행의 사례가 감소추세라는 점이다. 브리짓 보후는 캄보디아의 상황에 대해서 근본적인 공감 능력의 결여 또는 도덕의 실종을 원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녀는 18세기 유럽에서도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을 도살하는 것이 괜찮다고 여겨졌지만 수년에 걸쳐 바뀌었다고 지적하면서, “캄보디아에서도 유사한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몇 년 동안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캄보디아의 사법체계가 계속적으로 개선되고 부패가 줄어들면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낙관했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