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 5기의 신화 홍수환, 캄보디아에 사랑의 펀치를 날리다!

기사입력 : 2019년 01월 21일

‘4전 5기 챔피온 홍수환 장로 초청 간증회’ 가 1월 13일 프놈펜 한인교회에서 열려 참석한 150명의 교민 가슴에 잊지못할 깊은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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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 장로라는 호칭보다 홍수환 선수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그는 1970년대 중반 두 체급에 걸쳐 세계 타이틀을 거머쥐며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전설적인 복서이다. 재캄보디아 한인회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간증회에서 홍수환 장로는 과거 선수시절 이야기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풀어내며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1974년 챔피언에 오른 홍수환이 귀국 직후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교민들의 박수와 함성 속에 교단에 선 홍수환 장로는 우연히 복싱을 시작한 계기로 말문을 열며 본인의 선수시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온 국민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WBA(World Boxing Association)밴텀급 타이틀매치 경기에서부터다. 당시 세계 랭킹 2위였던 홍수환 장로는 당시 챔피언이었던 아놀드 테일러 선수에게 경기 초청을 받았지만 일등병으로 군 복무 중이었기에 현실적으로 초청에 응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 1974년 챔피언에 오른 홍수환이 귀국 직후 환영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IMG_9509in▲ 4전 5기의 세계챔피언 홍수환 장로가 지난 13일 프놈펜 한인교회에서 특별 초청 간증회를 열었다.

하지만 복싱을 좋아했던 전 박정희 대통령의 배려로 관계기관의 특별 허락을 어렵게 받은 그는 경기에 참석해 무려 15회를 마치고 아놀드 테일러 선수로부터 챔피언 자리를 빼앗아 왔다. 시대의 유행어가 바로 이 경기에서 탄생했다. 중계방송용 이어폰에서 “수환아”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자 홍수환 장로는 “엄마, 나 챔피언먹었어!” 라고 말하며 승리를 알렸다. 그의 말에 감격의 젖은 홍수환 장로의 어머니는 “그래 수환아, 대한민국 만세다”라고 대답해 온 국민을 감동으로 젖게 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금일봉을 받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봉투에 무려 200만원이 들어 있었는데 그중에 엄마가 100만원을 달라고 해서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권투협회에 기부하시더라고요, 그 당시 200만원이면 집이 두 채였는데 말이죠. 우리 어머니 대단하신 분입니다.” 라며 특유의 유쾌함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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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생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자, 한국 스포츠가 만들어낸 위대한 순간에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바로 1977년 11월 26일 파나마에서 벌어진 WBA 주니어 페더급 타이틀매치전이다. 당시 홍수환의 상대는 11전 11KO의 승의 무시무시한 전적을 자랑하고 있는 헥토르 카라스키야 선수였다. 그는 ‘지옥에서 온 악마’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로 강한 주먹의 소유자였다. 1라운드의 탐색전이 끝나고 2라운드에 들어 홍수환은 카라스키야의 펀치를 허용하며 네 번이다 다운됐다. 그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1280px-프로복싱_WBC_밴텀급_타이틀매치_홍수환_대_자모라_경기 (1)▲ 프로복싱 WBC 밴텀급 타이틀매치 홍수환 대 자모라 경기

“그쯤 되면 내가 지금 어디로 주먹을 뻗는지, 상대방이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아요. 엄청 맞은 거지. 그렇지만 네 번이나 다운됐는데 다시 일어났잖아요. 그 네 번 동안 나를 못 일어나게 할 주먹이 없었을까요? 아니죠. 정말 맞고 못 일어날 주먹은 하나님이 막아 주신거죠.”

그렇게 다시 일어난 홍수환 장로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3라운드를 시작했다. 혼신을 다해 휘두른 펀치에 카라스키야 선수가 맞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는 야수처럼 달려들어 짧은 라이트 어퍼컷으로 카라스키야 선수의 턱을 강타했다. 이어 왼손 보디블로를 터뜨렸고 그 결정타에 카라스키야 선수는 한두 발 뒤로 물러나더니 그대로 무너졌다. 180도 역전된 경기에 파나마 관중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경기로 홍수환 장로는 한국 프로복싱 사상 처음으로 두체급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고, 타이틀을 넘어 4전 5기의 신화, ‘하면 된다’라는 의지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당시 경기장면은 재방송만 27번을 했을 정도로 온 국민을 열광케 했다.

세계 챔피언에서 하나님을 간증하는 삶을 선택한 홍수환 장로
그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세계 챔피언입니다. 저는 제가 권투를 잘해서 세계 챔피언이 된 줄 알았어요. 그러나 여러분에게 고백할 것은 하나님이 나를 이기게 해주셨지 내가 이긴게 아니에요. 돈이 없어서 경기를 할 수 없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초청경기를 치르고, 남들은 권투를 한다지만 큰 경기에 한 번도 서보지도 못하고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여러 번 챔피언이 됐습니다. 나만큼 복이 많은 사람이 없단 말입니다. 이게 다 하나님의 은혜인거죠.” 라고 말했다.

“우리의 일상 생활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힘들다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쓰러질 정도의 펀치는 항상 피하게 해주시는 선한 하나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그런 강한 펀치를 피하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라며 지난 세월의 영광과 상처를 이야기 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했다.

간증 말미 홍수환 장로는 과거 인기 가수이자 현재 목회자가 된 홍수철 목사를 이야기하며 “세계챔피언이 된 자신보다 주님의 종이 된 동생으로 인해 우리집안은 복된 가정이 되었다” 고 말하며 많은 교민들의 참석에 화답하듯 홍수철 목사가 작곡한 ‘나의 고백’이라는 찬양을 선사했다. 홍수환 장로는 화려했던 선수의 삶을 떠나 본인의 삶을 통해 느낀 것을 이야기하며 주저앉아있는 영혼들을 일으키는 일에 힘쓰고 있다. 크고 작은 펀치들이 모여 한 라운드를 이루는 복싱 경기처럼 그의 삶의 성실함과 꾸준함이 마치 복싱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의 세월이 복싱경기의 1라운드라 치면 어느덧 7라운드의 경기에 접어든 홍수환 장로, 그의 진정한 경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엄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