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아내의 맨발

기사입력 : 2018년 05월 31일

뜨거운 모래밭 구덩을 뒷발로 파며
몇 개의 알을 낳아 다시 모래로 덮은 후
바다로 내려가다 죽은 거북을 본 일이 있다.
몸체는 뒤집히고 짧은 앞 발바닥은 꺽여
뒷다리의 두 발바닥이 하늘을 향해 누워 있었다.

유난히 긴 두 발바닥이 슬퍼보였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마취실을 향해
한밤중 병실마다 불꺼진 사막을 지나
침대차는 굴러간다.
얼굴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두 눈은 감긴 채
시트 밖으로 흘러나온 맨발

아내의 발바닥에도 그 때 본 갑골문자들이
수두룩하였다.
- ‘송수권 시인 집’에서

** 수술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내 뒤를 남편이 따르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아내의 발을 본다. 틈틈이 갈라진 발뒤꿈치를 본다. 갑골문자다. 남편만이 소리내어 읽을 수 있고, 남편만이 먹을 갈아 일필휘지할 수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희생의 문자다. 아내의 맨발없이 남편이 어떻게 시인의 길을 걸어 왔겠는가. 남편은 사막을 건너듯 수술실로 건너가는 아내의 맨발에 낙ㄴ타처럼 엎드려 가슴으로 운다. 신이 무심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