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눈 내리는 벌판에서

기사입력 : 2017년 02월 14일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발자국 소리만이 외로운 길을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다
몸보다 더 지치는 마음을 누이고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고 싶다
둘러보아도 오직 벌판
등을 기대어 더욱 등이 시린 나무 몇 그루뿐
이 벌판 같은 도시의 한복판을 지나
창밖으로 따스한 불빛 새어 가슴에 묻어나는
먼 곳의 그리운 사람 향해 가고 싶다
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져오르는 이름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 있어 달려가고 싶다
- 도종환 시인의‘눈 내리는 벌판에서’-

* 당장이라도 그리운 먼 그대에게 가고 싶지만,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시를 떠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시에는 유독‘가고 싶다’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 가니까 더욱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특히‘마음보다 몸이 더 외로운 이런 날’이라는 구절이 유독 와 닿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체온과 목소리를 느끼고 싶은데 가진 것은 오직 나 하나의 체온과 몸이라니, 주위의 외로운 온도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러니까 웃으면서 가자. 피곤해도 짜증나도 담아 두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