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싼 것을 찾는 이유

기사입력 : 2016년 10월 13일

“2500, 2500, 2500……”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숫자다. 간판이나 광고용 배너에 큼지막하게 써 놓은 이 숫자는 큰길가뿐만 아니라 골목길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어서 무엇을 파는 상점인데 그런가 하고 들어가 보았다. 자질구레한 장신구와 선물용품, 생활용품, 학용품, 의류, 아이디어 상품 등이 진열대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흔히 보던 천냥숍이나 다이소 같은 상점이었다. 2500리엘(한국 돈 650원 정도)로 가격이 매겨진 상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그보다 좀 비싸지만 거의 2달러가 넘지 않은 상품들로 구색을 맞춰 놓고 있었다. 상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이고 여기에 태국이나 베트남 상품이 섞여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만들어진 상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캄보디아는 제조업이 매우 취약해서 사람들이 즐겨 쓰는 웬만한 공산품은 거의 외국제다. 중국이나 베트남, 태국 등지에서 들여 온 상품들을 사서 쓴다. 그래서 공산품 가격이 이들 국가에 비해 좀 비싼 편이다. 몇몇 채소나 과일을 빼고는 대부분 인근 국가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농산물 가격도 싸지 않다. 얼핏 보면 캄보디아 물가가 싼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은 주로 질이 낮은 상품들을 들여와 팔기 때문이다. 중대형 슈퍼마켓 같은 곳에 가 봐도 물건이 다양하지 않고 비교적 값싼 상품 위주로 진열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가 구멍가게는 더할 나위없다. 싼 것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2500 상점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 한 곳에 다양한 상품들이 모여 있어서 발품을 덜 팔아도 된다.

저녁이 되면 몰려드는 손님들로 붐비는 식당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캄보디아식 바비큐 식당들이다. 수백 대의 오토바이들이 식당 주변에 빼곡히 주차되어 있고 별 치장도 없이 하늘만 가린 식당 안에는 주로 젊은이들로 복작댄다. 이런 식당에서는 쇠고기나 돼지고기, 닭고기, 해물 등을 석쇠나 불판 위에 얹어 구워 먹는 바비큐 요리, 그리고 육류나 해산물, 야채 등을 한꺼번에 넣고 끓여먹는 샤브샤브 같은 것들이 인기를 끈다. 여럿이 담소를 나누며 술 한 잔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저녁 한 끼도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식당을 사람들이 즐겨 찾는 데는 만족스런 가격대에 있다. 맥주나 음료를 곁들여 배부르게 음식을 먹고 나서 1인당 부담하는 돈은 4달러 내외다. 불과 2~3년 사이에 이런 식당들이 프놈펜 시내에 몇 배로 늘어났다. 몇몇 인기 있는 식당들은 여러 곳에 체인점을 두어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프놈펜 시내에 고급스런 매장과 식당, 술집 등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대형 슈퍼마켓이나 패션 의류점, 미용실, 자동차 매장, 중국식당, 패스트푸드 체인점, 마사지숍, 가라오케 등이 그것이다. 슈퍼마켓을 제외하고는 캄보디아 일반인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는 곳이다. 소수의 캄보디아 부유층과 특권층, 외국인들이 주요 고객인데 몇몇 식당을 빼고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기숙사 학생들이 즐겨 쓰는 세제는 50g 이하의 소포장이 대부분이다. 큰 포장 단위의 세제를 쓰면 용량에 따른 단가가 훨씬 싼데 대개 1회용을 쓴다. 목돈을 지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캄보디아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서 드러난다. 아직도 하루 1인당 1달러 미만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다수인 나라가 캄보디아다. 지출의 대부분은 식비요, 다른 곳에 돈을 쓸 여력은 별로 없다. 꼭 필요한 것을 소량으로 값싸게 사야 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2500숍이 번성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