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학습 성취도를 높이려면

기사입력 : 2016년 05월 23일

지난해 캄보디아 고등학생 졸업시험에서 반 수 조금 넘는 학생이 시험을 통과했다. 나머지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지만 졸업 자격을 얻지 못했다.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제대로 이행하고 습득했는지 측정하는 것이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다. 지난해의 경우, 시험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합격생의 60% 이상이 합격 최하 등급인 E를 받아 고등학교 졸업자의 학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4년도에는 응시생의 25% 미만이 시험을 통과해서 탈락자를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러 구제해 주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결론은 하나, 학교에 다니지만 공부를 하지 않는 풍토 때문이다. 초중고를 통틀어 학교 공부는 대개 하루 3시간이면 끝난다. 대학도 비슷하다. 학교에서 3시간 공부하면 스스로 그 이상을 공부해야 하지만 그런 학생은 매우 드물다. 더 공부할 수 있는 학습 여건이 잘 갖추어지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 자습이나 복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학교 수업만 하면 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다. 내가 아는 대학생 중에는 2개의 대학을 동시에 다니는 학생이 몇 명 있다. 아침반, 오후반으로 나누어 대학 공부를 하고, 저녁에 영어나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언제 숙제를 하고 예습 복습을 하는지 아무리 들여다봐도 시간상으로 2개 대학의 여러 과목을 소화해 내지 못할 것 같은데, 주말과 휴일은 공부와 담 쌓고 즐겁게 놀면서 여유롭게 다닌다.(?) 무난히 졸업장을 받을 것이다.

직원에게 일을 시켜 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몇 개 대학을 나왔다는 찬란한(?) 이력서를 받아 기대를 하고 써 보지만 대학 수학 능력에 맞는 직원은 찾기 어렵다. 학업이 현업에 바로 직결될 수 없다는 것은 감안하더라도 대학 졸업자라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자질을 갖춘 사람이 드물다. 지식량이 빈곤하고 응용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업무 능력이 발현되지 못한다. 시키는 일이나 단순 업무를 처리하는 데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이 나는 교육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학생 스스로 배워서 체득한 지식량이 빈약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간접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습득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학습 능력이 떨어질까? 그렇지 않다. 학습 환경과 학습 태도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며칠 전에 한국어능력시험(TOPIK) 결과 발표가 있었다. 우리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 대부분이 시험에 합격했다. 전체 학생의 평균 학력 수준이 초등학교 졸업 정도에(캄보디아어 문맹자도 몇 명 있었다.) 길게는 7개월, 짧게는 2개월 반 공부해서 얻은 결과였다. 학교를 다닌 지 수년이 흘러서 공부를 놓고 산 학생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전혀 생소한 외국어를 짧은 기간에 습득해서 시험을 통과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이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여러 가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습관을 몸에 배게 길러 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을 얼마나 가르쳐 주느냐보다 어떻게 학생 스스로 공부하게 해 주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매일 새롭게 제시되는 학습량을 수업 시간 안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반복 학습과 확인 학습을 통해 터득하게 하고 스스로 학습을 통해 자기화 시키는 방법을 썼다. 평가를 통해 학습 경쟁력을 높이고 개개인의 학습 욕구를 자극해 주는 것도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공부에 몰입해서 생활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캄보디아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높이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이번 시험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