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물의 나라 캄보디아

기사입력 : 2011년 10월 03일

 

왕궁 앞 메콩강가에 나가 보았다. 강물이 육지 아래 1미터 정도까지 차올라 있었다. 예년 같으면 우기가 끝나는 10월 말에나 이 정도였는데 올해는 한 달 앞서 만수위에 육박한 것이다. 메콩강의 상류 지역인 중국과 라오스 등지에 비가 많이 내려서 그렇다고 한다. 캄보디아도 예년에 비해 올해는 비가 많이 내린다. 요즘에도 거의 매일 비가 내리기 때문에 혹시 프놈펜 시내가 침수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강가에 나와 있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아이들은 강둑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낚시질을 하면서 물을 맘껏 즐기고 있다.

앙코르와트 유적군이 있는 시엠립은 올해 몇 차례 물난리를 겪었다. 프츰번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내린 큰비로 도심을 흐르는 강이 범람해서 관광 온 외국인들의 집합소나 다름없는 올드마켓 일대가 며칠째 침수되어 있다고 한다. 유적과 유적을 잇는 도로가 끊겨서 일부 단체 관광객들이 헬기로 구출되기도 했다. 그렇게 강성했던 앙코르 제국이 몰락하게 된 이유를 톤레삽 호수의 범람으로 인한 주거 기능의 마비로 보기도 하는데 요즘의 사례로 보면 타당성 있는 학설인 것 같다.

프츰번 연휴를 끝내고 돌아온 직원 중에는 집이 허리께까지 침수돼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물속에 잠겨서 고생을 한 직원도 여럿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러한 일을 물난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몇 년에 한 번씩 있는 일이고 이에 대비해서 집을 짓거나(캄보디아의 전통적인 주거 형태는 지상에서 2미터 정도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주거 공간이 마련돼 있다.) 물이 빠질 때까지 잠시 대피하면 되기 때문이다. 침수됐던 농경지는 각종 유기물의 침잠으로 비옥해져서 다음 농사에 혜택을 주기도 한다.

프놈펜의 북쪽 지역인 깜퐁참과 깜퐁톰은 벼농사가 발달한 곳인데 농경지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겨서 농사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부분 천수답이라 우기에 농사를 시작해서 물이 차기 전인 8,9월에 벼 수확을 하곤 하는데, 올해는 한 달 정도 먼저 농경지가 침수되는 바람에 수확 직전에 농사를 포기한 곳이 많다고 한다. 이 두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동 북서 일부 지역을 빼고는 캄보디아 전체가 광활한 평지나 다름없기 때문에 농경지 침수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올해는 벼 생산량이 좀 줄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이 나오고 있다.

캄보디아를 일컬어 물의 나라라고 한다. 4,400여 km에 이르는 메콩강의 중하류에 자리잡고 있어서 메콩강의 거대한 물줄기가 국토를 적셔 줄뿐만 아니라 강으로 흘러내리던 물이 톤레삽 호수로 역류해 들어가 농사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어족 자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연간 1,200mm 이상의 비가 내려서 외견상으로는 물이 매우 풍부한 나라로 보인다. 그렇지만 건기 6개월 동안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서 농사를 못 짓는 곳이 많고 식수 걱정을 해야 하는 집이 부지기수다. 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서 살기 때문에 물의 나라라는 별칭이 붙은 것 같다.

호숫가를 매립해서 지은 빌딩이라 우기 절정기에 학교 뒤편 주차장이 해마다 며칠씩 침수되곤 하는데 우기가 아직 한 달쯤 더 남아 있어서 올해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구름 색깔이 변하는 걸 보면 오늘도 비가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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