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칼럼] 프놈펜 소음공해

기사입력 : 2014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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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청각이 더 예민하다고 하던가, 사랑에 빠진 여인은 더욱 예민해져서 정인이 들고나는 소리를 누구보다 빨리 감지한다. 소리의 단위는 데시벨(dB)로, 1dB은 사람 눈물 한 방울이 1m 아래 마룻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다. 10dB 높아질 때마다 소리는 10배씩 커진다. 가을날 나뭇잎 살랑이는 소리는 10dB이다. 연인이 속삭이는 귀엣말은 40dB이고, 달리는 전철 안은 80dB 쯤이다. 60dB이 넘으면 수면장애가 오고 80dB에 이르면 소화기능이 뚝 떨어진다. 심한 소음은 불안, 불임은 물론 살인까지 부른다. 우리나라 층간소음의 잔혹사가 그 증거다.

오감 중 가장 먼저 완성되고 가장 늦게 닫히는 감각이 청각이다. 그 청각의 원초적 감성에 호소하는 음향마케팅의 매출증대 효과가 10%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나 슈베르트의 ‘숭어’같은 실내악이 들리면 ‘어디 뷔페식당이 있나?’ 시장기가 동하지 않던가. 백화점 고가매장에는 느리고 애조 띤 음악을 튼다. ‘제아무리 예쁜 꽃도 열흘이 못 가는데, 보석과 밍크를 탐닉하지 않으면 이미 여자도 아니지’, 고객을 오래 붙잡아두고 인생무상에 젖게 해 충동구매로 이끈다. 손님이 밀려드는 러시아워의 지하 슈퍼나 스낵코너에는 빠른 음악을 튼다. ‘서두르자!’, 바쁜 느낌을 주어 신속한 구매와 높은 회전을 유도한다.

문제는 볼륨을 높이는 마케팅이다. 심장이 울릴 정도로 볼륨을 높이면 자율신경이 과잉활성화 되면서 흥분 ․ 각성상태에 이르러 구매욕이 올라간다고 한다. 또한 특정 점포에 일 년 내내 음악을 크게 틀어놓으면 “거기 어디 휴대전화 가게가 있었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매출로 이어진다. 요즘 새로 생긴 노래방 소음으로 잠을 설치곤 한다. 한 불럭 이상 떨어져있는데도 심야 노래자랑이라도 벌어진 것 마냥 시끄러운 게, 개업 광고를 목적으로 실외 스피커를 설치해 놓은 듯하다. 처음에는 짐짓 점잔빼는 목소리의 청승맞은 독창이 이어진다. 술이 몇 순배 돌아 용기백배해질 즈음이면 빠른 템포의 댄스곡에 괴성까지 섞여 들린다. 결국 세상을 다 구제할 듯 의기탱천해져서 발악에 가까운 합창을 내질러야 끝이 난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광고효과는커녕 노래방에서의 적나라한 자화상을 보는 듯해 노래방 갈 기분이 싹 사라졌다.

캄보디아는 소음천국이다. 결혼식, 장례식, 개업행사, 건설 ․ 토목공사…, 깊은 밤과 흰 새벽에 자동차 정적은 왜 그렇게 울려대고 개들은 왜 그렇게 짖어 대는지. 어찌어찌하여 부자가 된 대도시의 어떤 사람이 다른 사치는 다 접어두고 집 주변 사방으로 수십 킬로의 땅을 몽땅 사들였다고 한다. 도시에 은둔하고자, 인간공해 ․ 문명공해로부터 벗어나는 데 돈을 쏟아 부은 것이다. 요즘 내 심정이 그렇지만 돈과 인연이 없는 사람이니 그건 가당치 않을 테고, 캄보디아 법제에 기대볼 수밖에. “캄보디아 정부는 소음을 규제하라! 규제하라!” (소리가 너무 작은가?)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