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라타나끼리의 교훈-1

기사입력 : 2014년 01월 21일

1. 라타나끼리는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개발이 안된 정글지역입니다. 10여년 전에는 쌍팔년도 프로펠러 비행기가 가끔 다녔지만 장사가 안되는 지 중단되어 버렸고, 지금은 그나마 무지하게 돌고, 돌고 또 돌아 털렁, 휘청이면서 10시간 정도 갑니다. 특히 정글지역으로 가려면 코끼리를 타고 가게 되는데 정말 궁뎅이가 빠게 지듯이 아픕니다.

라타나끼리는 보석의 산이라는 뜻을 지닌 곳입니다. 이름이야 멋있지만 소수민족이 골짜기 골짜기 마다 숨어살고, 그마져도 못하는 종족들은 산등성이에 숨죽이며 사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래서 킬링필드라는 희대의 비극을 만든 ‘붉은 크메르 용사’라는 뜻의 크메르 루지들이 게릴라 훈련을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 때 라타나끼리는 동남아 정글에서도 몇 안되는 미답지역이었답니다.

원래 캄보디아 높은 사람들은 인도의 영향을 받아서 보석이 주렁주렁 달린 비단 옷을 입었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천으로 아랫도리만 가린 정도로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이 천을 끄로마라고 하는데 이 천을 이리저리 감아 마치 바지모양으로 만든 것이 지금도 결혼식같은 곳에서는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샤워 다음에 타올 두르듯이 하고 삽니다. 그러니 웃도리는 훵 빈 것이죠. 아마 웃도리는 안 입고 산 것 같습니다.

오래 전 라타나끼리 소수민족 마을에 갔을 때에 처음에는 고개를 둘 수가 없었습니다. 여자들이 브레지어만 하고 나타나서 나를 놀라게 하더니,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했더니 아예 브레지어를 벗어서 포즈를 취하더군요. 그렇게 많은 젖가슴이 눈앞에서 출렁거리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들도 세상 물이 들어서 모델료를 달라고 하드군요. 그래서 2불씩이나 지불했습니다. 좀 억울하드군요.

그곳에도 낙원은 있었습니다. 해발 500미터 정도 되는 지역이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대관령의 목축지의 약 100배는 넘어 보이는 넓다란 고원이 형성되어 있었고 호수가 군데 군데 있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기는 청정하기 이를 데 없고 하늘에서는 별이 그냥 줄줄 떨어질 것만 같고… 처음 보는 순간 아 나중에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무협지를 많이 본 나는 이곳이 은둔비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처음에는 참 불쌍해 보였던 원주민들의 생활이 보여지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이해가 되더군요. 그들은 도시로 나오는 것을,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갑니다. 왜냐고 물어 봣더니 자신들은 도시에 살 자신이 없다고 말하며 이대로가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그곳까지 쫓겨들어 온 것을 생각하고 더 이상 쫓겨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