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힘없고 불쌍한 캄보디아

기사입력 : 2014년 01월 13일

1. 프놈펜에서 대규모의 민중시위와 유혈진압사태가 벌어져 5명이 죽고 30여명이 부상을 당한 지난 몇 주간은 참으로 참담했다. 그리고‘나는 참 무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만도 수십통을 받았고,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반복해야만 했다. 질문도 다 엇비슷하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 지도 뻔했다. 캄보디아를 걱정하는 말보다는, 어찌 보면 자신들이 이미 짜 놓은 프레임 속에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물을 받기를 원하는 것만 같았다.

2.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국제 관련 전문기사만 게재하는 “글로벌 포스트”라는 인터넷 신문사가 있다. 이 신문사는 한국으로 보면 “오마이 뉴스” 정도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전문적인 기자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전문적 식견과 관점을 지닌 이들이 순수 저널리즘을 지향하고 쓴 글들이 편집 없이 게재된다. 전직 기자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일단 블로거들에 의한, 블로거들을 위한, 블로거들의 신문사인 셈이다. 그런데 한 미국인이 이 인터넷 신문사에 기고한 기사 하나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다. 제목은“캄보디아 살인 진압, 한국이 배후 조정했다”

3. 그런데 이 신문이 말하는 내용이 좀 어이가 없다. 신문은“한국 정부와 캄보디아 정부는 금전적 관계를 뛰어 넘는, 폭넓은 분야에서 강하게 연결돼 있다”며“한국의 전 대통령은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경제 고문을 맡은 적도 있다”고도 언급하고, 지난해 7월 실시된 국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캄보디아 여당에 가장 먼저 축하를 한 것도 한국이라고 밝혔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아사무사하게 빙빙 돌려 한국을 엿먹이는 게 아닌가? 저질 쓰레기 언론, 쓰레기 필자가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기사를 쓸 수 있는가?

4. 또 하나.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한국대사관이 교민과 교민 기업보호를 위해 캄보디아 정부에 각별한 협조를 요청했고, 이에 캄보디아 군대가 살인진압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참 말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이러니저러니 하기도 민망하지만, 어떻게 교민과 교민 기업을 위한 대사관의 기본적 임무를 이렇게도 매도할 수 있는 것인가? 대사관이 이런 일도 안하면, 대사관은 뭐하러 있는가? 캄보디아에 있는 한국계 봉제기업은 약50여개 정도이고, 중국계 공장은 300여개를 넘는다. 한국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중국을 까기에는 무서워 한국이 대타로 까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캄보디아도, 한국도 이리저리 치이는 불쌍한 나라다. 마지막 말. 태국이 불안하다. 방글라데시도 연일 파업 중이고, 베트남도 들썩들썩한다. 동남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고 캄보디아도 많이 앓고 있다. 빨리 동남아 가슴앓이가 끝나기만 바란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