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캄보디아에서 불교는?

기사입력 : 2013년 12월 09일

▶ 캄보디아는 국교가 불교인 나라이다.‘크메르인이 되려면 불교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캄보디아 사람들이다. 도처에 왕궁처럼 웅장하고 금빛 나는 절이 즐비하고 주말이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절에 가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캄보디아 달력에 부처님이 그려져 있는 날이 절에 가는 날이다. 그렇다 고해서 이슬람 국가처럼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캄보디아가 불교만의 나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이상한 점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집집마다 있는 프레아 폼이라는 신당이다.

▶ 프레아 폼은 각 개인의 가정을 지켜주는‘아렉’이라는 신을 모시는 신당이다. 캄보디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집집마다, 가게마다, 집안에, 집밖에 놓여 있는 자그마한 신당이 프레아 폼이다. 그런데 더 알 수 없는 것이 이 신당에서 모시고 있는 가정의 신‘아렉’신 주위에 힌두교의 대표신 비쉬뉴신도 있고 불교의 대표 부처님도 있다. 또 캄보디아 전통신앙의 정점에 있는 나가 상도 있고 코끼리 신상을 비롯한 각종 동물상이 즐비하다. 바로 애니미즘 신앙의 정수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이 각 가정의 길흉화복을 결정하고 지키는‘아렉’신을 부처님도 비쉬뉴신도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도대체 불교가 국교라는 나라에서 이게 무슨 망발인가?

▶ 애니미즘뿐만이 아니다. 힌두교의 주신인 비쉬뉴신상이 대로에 자리잡고 있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로얄 팔레스를 지키는 왕사에 가보면 거기에도 힌두교의 주신인 비쉬뉴상이 자리잡고 있다. 왕실의 주요 의전도 힌두교의 의례에 따라 집전되는 것이 많다고 한다. 그냥 지나간 역사의 일부라거나 문화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삶과 정신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비쉬뉴신과 부처님과 그리고 정령신인 네악 따나 또 프레아 폼에 있는 아렉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는 듯하다. 불교와 힌두교와 애니미즘이 혼재되어 살고 있는 나라. 그래서 모셔야 할 신들이 너무나도 많은 나라인 듯 하다.

▶ 그렇다면 캄보디아에서 불교란 무엇일까? 캄보디아의 불교는 테라바다 불교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승불교에 비해 다소 폄하한 듯한 투로 불리는 소승불교인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상좌부 불교라고 하는 것이 많다. 이 테라바다 불교는 철저한 무신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현재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5개국에서 번성하고 있는 종교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태어나 맨 처음 자신의 출생을 알리고 기록하는데도 절이고, 결혼을 할 때도 맨 처음 알리고 축복 받는 곳도 절이고 그리고 마지막 죽어서도 맨 처음 신고하는 곳도 절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캄보디아 사람에게는 불교가 종교라기보다는 그냥 일상이라고 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처럼 종교적인 삶이 어디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