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세상이 두렵고, 또 두렵다

기사입력 : 2013년 12월 02일

1.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일제가) 침략한 것인가, 진출한 것인가”라고 묻자 정 총리가 두루뭉술 넘어 가려다“용어 문제에 문제가 있다면 그런 부분은 검증 위원회와 심사단이 하고 있다. 거기에 맡겨 달라”고 답을 피했다. 도무지 이게 무슨 짓인가? 일본이 우리니라를 침략한 것이지, 무슨 진출인가? 이 용어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면서 미화한 용어가 아닌가? 참 부끄럽고 답답하다. 명색히 대한민국의 총리라면“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수없이 많은 고통을 주었다. 그러니 일본은 통렬히 반성하고 다시는 침략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준엄하게 경고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참 어려운 세상이다. 이러니 일본이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까지 온갖 잡스러운 말을 써가며 조롱하고 있는 것 아닌가?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켜온 선조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세상이다.

2. “예수님은 현실을 비판했기 때문에, 가진 자들이 쳐서 십자가에 죽입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길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현실을 비판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 시대의 징표를 이야기 하지 않으면, 이것은 예수님 교회가 아니에요.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에요. 예수님을 믿으면 그분처럼 살아야죠.” 어느 사제의 말이다 또 염수정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성전 안에만 안주하는 교회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진 교회를 원한다고 하셨다. 오늘의 교회가 물질주의 영향을 받아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을 경계하신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너무나 중요한 가치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영혼이 탈진한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다.

3.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우리 헌법에 왜 국회 해산제도가 없는지 그 생각을 문득했다. 국회 해산제도가 있으면 지금 해산하고 국민의 뜻을 다시 받았을 상황”이라고 놀라운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는 28일 트위터를 통해 “김황식, ‘국회를 해산시켜야할 상황…우리 헌법에 국회 해산제도가 왜 없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국회해산을 맘대로 할 수 있던 유신-5공의 독재체제 극복하려고 그랬던 것”이라며 “귀하도 유신-5공체제를 그리워 하시나요?”라고 물었다. 이어 “유신헌법, 제59조 ①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라는 유신헌법 조항을 상기시킨 뒤, “김황식 씨가 이런 국회해산제도를 발상하다니, 지난 몇십년 간의 민주헌정의 발전을 깡그리 후퇴시키는 수준의 발언이군요”라고 개탄했다. 허리가 동강 분질어져 버리는 아픔이다.

4. 일개 시정잡배도, 장삼이사도 아니고…전직 총리의 입에서 ‘국회해산’이라는 극언이 나왔다면, 국정이 막장에 달했다는 얘기다. 민주주의를 나라의 근본으로 삼고 있는 나라에서는 정부의 편의성을 위해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를 무시하고 강행하면 독재가 되는 것이다. 참 힘든 세월이다./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