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그리우면 가리라

기사입력 : 2013년 12월 02일

그리우면 울었다. 지나는 바람을 잡고 나는 눈물을 쏟았다. 그 흔한 약속 하나 챙기지 못한 나는 날마다 두리번거렸다. 그대와 닮은 뒷모습 하나만 눈에 띄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들개처럼 밤새 헤매어도 그대 주변엔 얼씬도 못했다. 냄새만 킁킁거리다가 우두커니 그림자만 쫓다가 새벽녘 신열로 앓았다. 고맙구나 그리움이어, 너마저 없었다면 그대에게 가는 길은 영영 끓기고 말았겠지. 그리우면 가리라, 그리우면 가리라,고 내내 되뇌다 마는 이 지긋지긋한 독백, 이 진저리나는 상념이여.

- 이정하의‘그리우면 가리라’전문 -

* 12월. 올 해도 딱 한 달 남았다. 세월이 야속하다. 이미 이마엔 깊은 주름살이 몇 개 더 생겼다. 유독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간다. 불 튀기던 선거가 끝이 났어도 후유증은 아직도 불 덴 자국처럼 남아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캄보디아 사람들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거고, 누가 무엇을 했는 지도 대충이나마 알고 있을 거다. 복장이 터지는 사람도 있고, 다 세상이 그런 거라고 퉁 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지옥 같은 죽음의 세월을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인내해야만 했던 가련한 이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들도 밥은 먹어야 하고, 연애도 해야 하고, 또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들 교육도 시켜야 한다. 마치 80년대의 내 자화상? 이 악물고 현실의 아픔을 참고 있을 것이다./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