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시대를 지나 ‘운영의 도시’로 프놈펜을 읽는 정희대 대표의 시선

기사입력 : 2025년 12월 29일

이번 특별 인터뷰에서 만날 정희대 대표는 프놈펜의 도시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1990년대 중반 아직 지금과 같은 고층 스카이라인이 그려지기 전의 프놈펜에서 그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오프닝 멤버로 캄보디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서울, 호치민, 중국 광동을 거치며 아시아 주요 도시의 성장 국면을 현장에서 경험해온 그는 2019년 다시 프놈펜으로 돌아와 오크우드 프리미어 프놈펜과 원파크(ONE PARK)의 운영을 총괄하며 도시의 또 다른 전환기를 함께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에서 호텔외식경영을 전공하고 영국 헨리 매니지먼트 스쿨에서 MBA를 마친 그는 글로벌 호텔 산업의 정통 코스를 밟아온 전문 경영인이다.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에서 부총지배을 지냈고 베트남 호치민 인터컨티넨탈 호텔 & 레지던스에서는 총지배인으로서 신흥 시장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체득했다. 이후 중국 광동 지역에서는 풍화그룹 부동산 및 하얏트 호텔 부문 대표로 활동하며 부동산과 호텔, 도시 개발을 아우르는 시각을 확장해왔다.
그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운영’과 ‘도시’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머무르며 도시의 일상이 만들어지는지를 고민해온 사람이다. 현재 그는 오크우드 프리미어 프놈펜 총지배인이자 원파크의 총괄 운영·영업을 책임지는 대표로서 프놈펜이 양적 성장 단계를 넘어 질적 성숙 단계로 이동하는 과정을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

정희대 대표님 (8)_WSQ1. 지난 10년간 인구 이동과 산업 구조 변화는 아시아 여러 도시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현재 프놈펜은 어떤 발전 단계에 있다고 보십니까? 자카르타나 방콕과 비교했을 때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프놈펜은 지금 매우 흥미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이미 산업화는 상당 부분 진행되었고 이제는 단순히 성장의 속도를 논하는 단계를 넘어 ‘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다시 정의하는 시점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아시아 수도들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도시를 키워왔다면 프놈펜은 금융과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이 차이는 도시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듭니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외국인 투자와 전문 인력이 유입되었고, 그 결과 경제 구조 역시 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방콕이나 자카르타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별점은, 프놈펜이 아직 도시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입니다. 구도심 지역의 도로, 배수, 공공시설은 여전히 한계가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개발을 새로운 도시 축으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동시에 뚤꼬크, 센속, 보엉깽깡, 도운펜과 같은 기존 도심 지역에서는 고층화와 고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구증가와 고밀도개발이 동시에 성장하는 수도라면 피할 수 없는 경로입니다. 금융·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외국인 거주자를 늘리고, 현지 소득 수준을 끌어올리며 다시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프놈펜이 이제 양적 확장 단계에서 질적 성숙 단계로 이동하고 있으며 보다 성국한 도시 시대로 진입하는 초입에 서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2. 팬데믹 이후 도시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회복력, 삶의 질, 디지털화가 중요해졌는데요. 이런 변화 속에서 프놈펜의 가장 근본적인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팬데믹 이후 저는 사람들이 도시를 바라보는 기준이 분명히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더 이상 성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회복력, 살기 좋은 환경, 그리고 디지털 준비도가 도시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프놈펜의 가장 큰 매력은 여전히 인간적인 스케일과 균형감에 있습니다. 이 도시는 아직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살아 있고, 빠른 현대화 속에서도 일상의 온기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에너지와 친밀함의 공존이 프놈펜을 다른 아시아 수도들과 구별 짓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프놈펜은 경제 성장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더 나은 인프라, 공공 공간, 깨끗한 환경, 보행 중심의 도시 구조, 그리고 도시 생활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디지털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프놈펜은 단순히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더 깊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만약 번영과 웰빙의 균형을 잘 이룬다면, 프놈펜은 신흥 시장 도시를 넘어, 사람들이 진정으로 살고 싶어 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Q3. 지난 5년간 프놈펜의 주택 매매 및 임대 수요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보시나요?
지난 5년은 프놈펜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있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외국인 투자와 공격적인 개발이 맞물리며 매우 빠른 성장 국면에 있었습니다. 당시 부동산은 캄보디아의 자신감과 낙관을 상징하는 산업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시장은 갑작스럽게 멈췄고, 많은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축소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양 중심으로 기획되었던 프로젝트들이 임대 시장으로 전환되었고, 이는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점진적인 회복이 이루어졌습니다. 외국인 장기 거주자의 복귀로 임대 시장은 다시 활력을 되찾았고, 주요 지역의 신축 콘도미니엄 분양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를 단순한 경기 사이클로 보지 않습니다. 프놈펜은 이제 건설 중심 시장에서, 실제 수요와 라이프스타일 중심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기적인 투기를 위해 집을 사지 않습니다. 실제로 살기 위해, 장기적인 가치를 위해, 그리고 도시 공동체의 일부가 되기 위해 부동산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이 성숙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Q4. 현지 중산층, 젊은 화이트칼라, 외국인 거주자의 수요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십니까?
프놈펜의 부동산 시장은 도시 사회 구조의 변화와 함께 점점 더 다층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지 중산층 가구는 여전히 보레이 커뮤니티나 상가주택과 같은 전통적인 주거 형태를 선호합니다. 가족 중심의 생활, 이웃과의 관계, 그리고 토지 소유에서 오는 안정감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반면, 젊은 전문직 종사자와 고소득층은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편의성, 현대적인 디자인, 상업·문화 중심지와의 접근성을 중시하며 고급 콘도미니엄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외국인 거주자들은 안전, 서비스, 관리 품질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국제적 기준의 시설과 전문적인 운영이 갖춰진 주거 공간을 선호하며, 이 수요는 도심 핵심 지역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수요와 해외 수요의 균형이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게 됩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자본과 글로벌 기준을 가져오고, 현지 수요는 시장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제공합니다. 이 두 축이 함께 작동할 때 시장은 단기 사이클을 넘어 구조적인 성장을 하게 됩니다.

Q5. 프놈펜의 도시 재생 방식은 중국, 베트남, 일본과 어떻게 다르며, 이러한 차이는 개발 전략과 속도에 어떤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보십니까?
프놈펜의 도시 재생은 중국이나 베트남과 달리 시장 주도형 모델에 가깝습니다. 국가 주도의 중앙집중적 계획보다는, 민간 개발자의 비전과 실행력이 도시 변화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유연성과 속도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시장의 변화, 소비자의 니즈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장기적인 도시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는 분명한 도전 과제가 존재합니다.
일본의 경우, 도시 재생은 매우 느리지만 치밀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한 계획 아래 진행되죠. 프놈펜은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현재는 프로젝트 단위의 개발이 도시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이는 실험과 창의성을 가능하게 하지만, 도시의 완성도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기회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공공과 민간이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입니다. 프놈펜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점진적으로 현대적 인프라와 장기 계획을 도입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잘 해낸다면, 캄보디아는 아시아에서도 보기 드문 정체성과 혁신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도시 재생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Q6. 프놈펜의 중심 개발 축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도시의 경제 구조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장기적으로 상업·주거·공공 서비스 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프놈펜의 개발 축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지리적 변화가 아닙니다. 저는 이것을 도시 경제 구조의 재편이라고 봅니다.
기존 도심의 밀도가 높아지고 토지 공급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급속히 도시화된 다른 수도들이 겪어온 전형적인 경로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지역이 다음 단계의 주거와 경제 기능을 흡수하는 것이죠.
프놈펜의 경우, 구도심은 여전히 행정과 상업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인프라는 물리적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반면 북부 지역은 계획적이고 통합적인 개발이 가능한 여지가 있습니다. 주거, 상업, 공공 기능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공간이며, 도로 확장과 공공 인프라 투자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기존 도심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 축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남쪽의 구도심이 문화와 역사적 중심이 되고, 북쪽의 신도심이 현대적 성장의 엔진이 된다면, 프놈펜은 훨씬 더 균형 잡히고 회복력 있는 도시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Q7. 향후 5~10년간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 논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앞으로 10년 동안 캄보디아 부동산 시장은 개발 중심 경제에서 운영 중심 경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외국 자본과 단기 투자가 시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운영 안정성, 브랜드 신뢰도, 장기 수익성이 핵심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캄보디아의 인구 구조는 매우 강력한 장점입니다. 중위 연령은 약 26세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국가 중 하나이며, 도시화율은 2030년까지 약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장기적인 주거 수요를 뒷받침합니다.
미시적으로도 변화는 분명합니다. 지난 10년간 평균 가구 소득은 약 2.2배 증가했고, 도시 중산층 비중은 30%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소유하는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와 얼마나 오래 가치를 유지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8. 뉴스브리핑캄보디아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그간 교민 사회의 많은 도움으로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이 작은 시작과 성장을 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오크우드 프리미어 호텔과 원파크는 한인 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모든 교민 여러분께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록 2025년 많은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있었지만 다가오는 2026년 새해에는 캄보디아의 안정적인 발전과 한인사회와 독자분 개인들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크메르타임즈 중국판 인터뷰 내용 발췌 및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