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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하 작가의 서평]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이 아름다운 제목의 책은 저자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바데이 라트너는 1970년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20세기 초 캄보디아를 통치했던 왕 시소와스의 증손자인 시소와스 아유라반이다. 그러나 1975년 크메르 루주가 정권을 장악하자 그녀는 가족과 함께 강제 이주를 당하고, 기근과 질병, 학살로 인해 가족을 잃게된다. 가까스로 어머니와 함께 살아남은 그녀는 1981년 난민 신분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후, 코넬대학교에서 동남아시아 역사와 문학을 전공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이야기는 1975년, 다섯 살이었던 주인공 라미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크메르 설날을 며칠 앞둔 4월, 크메르 루주군이 프놈펜을 점령하고 시민들을 강제로 시골로 이주시킨다. 흩어진 사람들은 각 마을에서 강제 노동에 동원되며 철저한 감시 속에서 살아간다. 특히 크메르 루주는 왕족과 지식인 계층을 처단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라미의 가족은 신분을 숨기며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러나 어느 날, 크메르 루주 병사들의 협박과 강요에 떠밀린 어린 라미는 아버지의 본명을 말하고 만다. 그 순간, 왕족 신분이 탄로 나고, 아버지는 병사들에게 끌려간 뒤 돌아오지 못한다. 라미는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혼란과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라미와 가족의 생존을 위한 길고 고된 여정은 계속되지만, 죽음은 끊임없이 그들을 찾아온다. 여동생 라다나는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나고, 삼촌의 쌍둥이 아들과 아내는 크메르 루주군에 의해 학살당한다. 절망에 빠진 삼촌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라미의 할머니이자 황녀였던 프레아 앙 메차스 크사트리는 치매를 앓다가 생을 마감한다. 결국, 라미와 어머니만이 살아남아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게 된다.
굶주림과 노동,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라미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않는다. 왕자이면서 시인이었던 아유라반은 딸에게 언제나 말과 글의 아름다움을 가르쳤고, 라미는 아버지의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딸에게 언제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으라고 했다.
“네 주위에서 어떤 추악함과 파괴를 보았든, 아주 조금씩이라도 얼핏얼핏 보이는 아름다움이 신들의 거처를 반영한 것이라고 믿었으면 해. 그건 실제로 있는 거니까.”
이러한 가르침은 라미가 혹독한 삶을 견뎌낼 힘이 되어준다. 그녀는 끝없는 시련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 애쓰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마침내 삼 년 팔 개월간 지속된 전쟁이 끝났고 라미와 어머니는 캄보디아를 떠나 1981년 미국으로 망명한다. 난민 신분으로 시작한 미국 생활은 쉽지 않았지만, 라미는 아버지가 남긴 가르침을 마음속에 새기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를 집필했다. 이 책은 1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펜/헤밍웨이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고, 오프라 윈프리 매거진 필독서로 선정되는 등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이 소설이 내게 인상적인 것은 전쟁과 학살, 난민 문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히 비극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작가는 캄보디아의 문화와 음식, 신화, 그리고 가족과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들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로 녹여내며, 고난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아름다움들을 볼 줄 안다면, 우리는 날개를 가질 수 있다.”
때로 삶은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함으로 우리를 몰아붙인다. 눈물조차 말라버리고, 한마디의 기도조차 나오지 않을 때, 문득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거칠고 딱딱한 아스팔트의 균열 사이를 비집고 나온 한 송이 들꽃. 그 작고 연약해 보이는 생명이 견뎌내며 피어난 경이로운 순간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삶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이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천국의 조각을 발견하는 작은 빛이 되기를, 그리하여 세상을 향해 힘껏 날아갈 날개를 가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글 이미하
- <오십, 질문을 시작하다>의 저자
- 클래식 북스 북마스터 8년
- 다수의 온·오프라인 책모임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