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행복이란 게 별겁니까?

기사입력 : 2012년 10월 08일

고아원에서 행복을 얻습니다. 며칠 전 그동안 가지 못했던 고아원에 다녀왔습니다. 정말 몇 달을 벼르고 벼르다가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반갑다는 표정보다는 왜 이제 왔느냐고 서운한 표정이 역력해 미안해 죽을 뻔 했습니다. 물론 뭐가 그리 좋은 지 강아지 꼬리 치며 따라오듯 가는 길마다 졸졸 따라 다니며 좋아 했지만요.

캄보디아의 아이들은 참 순박합니다. 비록 가난하고 부모 하고도 같이 살지 못하는 아이들이 태반이지만, 돼 바라진 모습은 찿을 수 없고 그냥 손 붙잡고 메달리기만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아직 어리디 어린 아이인데도 세상 물에 푹 빠진 애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 아이 잘못이기야 하겠습니까? 다 너무나 가난해서 챙기지 못한 부모 탓이겠지요.

이 고아원은 엄격하게 얘기하면 정통적 스타일의 고아원은 아닙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약 50%, 부모 중 한쪽만 있고 있어도 가르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나머지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전통 무용을 가르쳐 먹고 살 수 있도록 준비시키고요. 때로는 고아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다 빼먹지는 않을까하고 의심도 했었지만은.. 그래도 그 이유 때문에 외면한다는 것은 저의 미성숙함이며 아이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는 걸 금세 알아 버렸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글을 배울 수 있도록 재정지원을 하고 또 필요한 학용품을 공급해 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캄보디아 의사와 같이 가 한 달에 한 번씩 건강 체크를 하구요. 부정기적이긴 하지만 구충제를 먹이는 날도 있습니다. 물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질이 떨어지는 싸구려 쌀도 지원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아이들하고 논(?) 세월이 10년이 넘었군요.

2001년에 캄보디아에 와서 새벽에 쓰레기를 뒤지며 먹을 것을 찿던 아이들이 너무나 안타까워, 그 아이들이 초롱한 눈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도와줄 것을 요구할 때… 예수가 어떻게 이 세상을, 우리 인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 속으로 들어갔는지를 성찰하고… 부족하나마 아이들을 품기로 결심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이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잘 선택한 제 인생의 화려한 봄날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세상을 사랑하는 이유들이 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다 나이 탓이겠지요. 조금이나마, 그것이 무엇이든 조금씩 도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24불 어치 과자를 사면 새우깡 같은 과자를 300봉지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탕도 10불 어치 800개 정도를 삽니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에게 갑니다. 이번 프춤번에는 한 100불 정도 쓸 생각입니다. 나름 행복한 인생입니다.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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