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세금반란 민심 제대로 읽어라

기사입력 : 2013년 08월 12일

세금반란이 심상찮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다하거나 불합리한 세금추징은 시민 반발의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국민들이 왜 세제개편안에 분노하는지 알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일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소득세제를 소득공제 위주의 감면 방식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면서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현 근로소득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연봉 3450만원 이상 중산층 434만명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정부는 대기업이나 고소득 자영업자는 그대로 둔 채 손쉬운 봉급생활자들을 사실상 증세 대상으로 삼았다. 국세청이 2005년부터 10여 차례 실시한 세무조사에서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을 포함한 고소득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 탈루율은 48%에 달한다. 지하경제의 44%는 자영업이 유발한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요리조리 세금을 빼먹는데 ‘유리지갑’처럼 소득이 훤히 드러나는 봉급생활자에게서만 세금을 더 걷어가려고 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투자하는 대기업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하니 세금을 올릴 수 없고,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소득을 두더지처럼 숨기고 있으니 결국 봉급생활자만 ‘봉’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로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 태도는 더 분통 터지게 한다.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간 135조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은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중산층 세부담이 늘어나는데도 증세가 아니라고 우기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조 수석은 프랑스 루이 14세 때의 콜베르 재무상의 말을 인용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는 것이 세금을 걷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장기간 경기침체 속에 전셋값과 물가는 오르는 반면 월급은 몇 년째 제자리인 중산층의 고통을 알고 하는 말인지 의심스럽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새누리당은 세부담 증가근로소득자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장외농성 중인 민주당은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봉급생활자들만 억울하게 세금을 더 내는 세제개편안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되더라도 2017년까지 더 거둘 수 있는 돈은 12조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잡은 국세수입 확충목표인 48조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복지공약을 다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솔직히 고백하고 복지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려 불요불급한 지출을 미루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만약 복지정책을 고수하겠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고소득층부터 순차적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신기루일 뿐이다./ 국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