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사랑하는 까로나 선생님의 ‘이것저것’]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AI, 인간은…

기사입력 : 2026년 08월 27일

Karuna ai1
요즘 저희 학원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분야는 ‘홍보 영상 생성’ 업무입니다. 제미나이, FLOW로 픽사 스타일 애니메이션이 ‘뚝딱’하고 생성되고, 한국드라마의 장면들을 패러디하서 학원 홍보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과정이 매우 재미있고 또한 학원 페이스북 팔로워 증가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누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일을 진행하면서 전에는 없던 아주 웃픈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AI가 기가막힌 영상을 생성해 주는 데는 단 1분이 걸리는데, 그 영상에 적절한 자막을 고민하고 각 장면이 캄보디아 정서에 맞는지 검토하는 등 사람이 하는 일에는 10분 정도 걸립니다. 이때, ‘AI 활용과 자동화가 업무 속도를 높여주는 것은 맞는데 결국 AI는 전광석화와 같은 스피드로 일하고 느릿느릿하게 발목을 잡는 건 사람이었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도 AI 결과물을 붙잡고 한참 씨름해 보신 적 있으시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병목과 정체’라 느끼는 이 과정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AI의 속도와 사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전광석화 같은 AI의 스피드

AI의 스피드는 고작 영상 몇개 만들어 내는 수준이 아닙니다. 요즘 AI는 AI 프로그램 자체를 만들어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6월, 클로드를 만드는 앤트로픽이라는 회사가 보고서를 하나 냈습니다. 제목이 ‘이제 AI가 스스로를 만드는 때’인데, 내용이 좀 놀랍습니다. 2026년 5월 기준으로, 자신들의 서비스에 들어간 프로그램의 80% 이상을 사람이 아니라 클로드가 직접 작성했다는 것입니다. 2025년 초만 해도 이 숫자는 한 자릿수 초반이었습니다. 1년 남짓 만에 몇 퍼센트에서 80퍼센트가 됐습니다. 한마디로 이런 겁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밤새워 프로그램을 짜서 AI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프로그램을 AI가 짭니다. 사람은 다 짜인 것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쪽으로 물러났습니다. AI를 만드는 데 AI를 쓰니, 다음 AI는 더 빨리 나오고, 그 AI가 또 그다음 AI를 더 빨리 만듭니다. 이 회사 최고제품책임자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이제 클로드가 클로드를 쓰고 있다.”

따라가기를 포기하게 되는 속도

그 결과 AI 신모델은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2026년 8월만 놓고 봐도 20일 남짓한 기간에 AI 서비스 제작사 7개 업체가 12개의 새 AI 모델을 쏟아냈습니다. 구글은 신모델을 내놓은 지 3주 만에 또 새 모델을 내놓고 있습니다. 버전업이 되면서 성능은 강력해지고 가격은 반대로 무너지는 중입니다. 오픈AI는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에 AI를 붙여 쓸 때 내는 요금을 지난달 말 한 번에 80% 내렸습니다. (우리가 매달 내는 챗GPT 구독료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만드는 쪽 원가가 이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속도는 필자도 잘 못 따라갑니다. 나름 매일 AI를 붙잡고 사는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학원 일이 바빠 몇 주 생업에 정신을 쏟다 보면, 돌아왔을 때 이미 새 기능이 서너 개 생겨 있고 예전에 쓰던 메뉴는 자리가 바뀌어 있습니다^^ 몇달 전에 좋다고 소개했던 도구가 이번 달에는 한물간 것이 되어 있기도 하고요. AI는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데 말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마음이 듭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쓰던 거나 쓰자.” 여러분도 이런 기분 느껴 보신 적 있으시죠?

AI에 브레이크를 거는 인간

AI 서비스가 숨 가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우리는 AI가 엄청난 속도로 폭주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정작 새로운 AI 서비스나 그 결과물이 우리 손에 닿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몇 개의 좁은 관문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만든 회사가 스스로 한 번 걸러내고, 국가가 법과 제도로 또 한 번 검수하는 식이죠. 비유하자면 AI 자체는 시속 200km로 질주하고 있지만, 이 촘촘한 관문들 덕분에 우리 앞에 도착하는 체감 속도는 훨씬 느려지게 됩니다.

이 좁은 관문들을 흔히 ‘병목(Bottleneck)’이라고 부릅니다. 콜라병 목처럼 좁아지는 구간 말이죠. 일반적인 생산 공장에서 병목은 빨리 없애야 할 골칫거리입니다. 제품을 빨리 내보내야 돈을 버니까요. 하지만 AI 시대의 이 병목은 오히려 우리를 지켜주는 안전장치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어떤 관문들이 AI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관문: AI를 만드는 회사의 자체 브레이크 우선 AI 개발사들이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앤트로픽은 “이대로 가면 사람이 AI를 통제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최전선 개발을 멈출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구글도 비슷합니다. 최근 크롬 브라우저에 AI가 사람 대신 예약을 잡아주는 기능을 내놓으면서, 웹페이지에 몰래 숨겨진 악성 명령에 AI가 속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작업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사용자에게 확인을 받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관문: 국가와 법의 통제 법과 제도 역시 강력한 브레이크로 작동 중입니다. 미국은 성능이 일정 수준을 넘는 AI 모델은 반드시 국가 안보 심사를 통과해야만 출시할 수 있도록 관문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말로만 하는 엄포가 아닙니다. 앤트로픽이 새로 내놓은 모델은 지난 6월 12일 실제로 접속이 막혔다가 안보 심사를 거쳐 7월 1일에야 다시 열렸습니다.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친 최첨단 AI가 3주 가까이 멈춰 서 있었던 겁니다.

세 번째 관문: 결국, 브레이크를 쥐고 있는 ‘우리’ 그리고 가장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세 번째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AI는 단 1분 만에 수십 개의 화려한 결과물을 우리 눈앞에 쏟아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무엇을 세상에 내보낼지 결정할 때는 사람의 신중한 판단이 꼭 필요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프놈펜 센속에 있는 저희 KLC 팀의 일하는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홍보 영상은 AI가 1분 만에 뚝딱 만들어 내지만, 저희는 그걸 세상에 내보낼지 말지 화면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토의하니까요. AI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문서와 영상을 곰곰히 살펴보며, “이 문구가 현지 사람들의 정서에 가닿을까?”, “이 화려한 영상이 과연 우리 학원의 진짜 분위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을까?”, “그럴듯해 보이는 이 결과물 속에 누군가 불편해할 만한 뉘앙스는 없을까?”하고 팀원들끼리 함께 토론하고 고민합니다. 아무리 AI가 똑똑해져도 이런 섬세한 맥락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선까지 계산해 내지는 못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학원은 하루에 홍보 영상을 10개씩 만들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토론과 검토의 과정을 거치며 하루에 3개씩만 생성하고, 플랫폼에 공개하는 영상은 하루에 1개씩으로 제한했습니다.

AI는 앞으로도 시속 200km, 300km로 달릴 것입니다. 그 압도적인 속도를 우리가 억지로 늦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그리고 그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가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인간이 정합니다. AI시대에는 무조건 효율과 생산성만을 논하기 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메세지와 의미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는 기술 앞에서, 멈춰 서서 맥락을 짚고 온기를 더하는 인간의 그 ‘느릿한 10분’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AI를 활용해 생성한 학원 홍보영상

글 정인휴
KLC한국어전문학교 원장
유튜버 (까로나C)
재캄보디아한인회 교육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