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이어진 노동 분쟁 끝내달라” 나가월드 노조, 국제사회에 호소

기사입력 : 2025년 10월 21일

PSR_6274-1349x900▲ LRSU 침 시타 회장과 노조원들이 지난 20일 주캄보디아호주대사관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캄보디아 나가월드 노동자노조연합(LRSU)은 지난 20일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을 고려해 오랜 기간 이어진 노동 분쟁을 해결해달라며 캄보디아 노동직업훈련부와 8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약 70명의 노조원들이 프놈펜 소재 노동부와 프랑스, 영국, 미국, 말레이시아, 호주, 일본, 캐나다, 독일 대사관에 청원서를 전달했다. 이번 분쟁은 2021년 12월 프놈펜의 카지노 기업 나가월드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해고 노동자들에게는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LRSU의 클렁 소비엔 사무총장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동부가 청원서를 접수했지만 명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들은 지난 4년 가까이 노조 차별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폭력과 법적 압박에 시달려왔다”며 “노동부가 ILO 권고에 따라 사건을 재조사하고 공정하게 해결해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지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했을 뿐이며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몰린 현실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노동자 맘 소비틴은 노동부가 이제는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 분쟁이 거의 4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노동부는 법에 따라 정당하게 행동한 노동자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사건을 법원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틴은 사건을 법원으로 이관하는 것은 노동부의 책임 회피이자 노동자에게 정의를 보장하지 못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사가 제시한 보상금은 부당하게 계산된 것이며 우리는 금전 보상이 아니라 노조 지도부 복직과 노동권 존중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 공정한 결과를 내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동부가 분쟁을 법원으로 넘기려 한 데 매우 실망했다”며 “이는 명백히 노동부의 관할 사안임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소비틴에 따르면 회사가 해고를 공식 발표했을 당시 제외됐던 약 300명의 노동자들은 긴 분쟁 과정에서 압박을 받아 결국 보상금을 수용했다. 현재는 약 80명의 노동자와 노조 지도부가 남아 공정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노동자들이 돈을 받고 떠나면 분쟁이 끝난다고 오해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존엄을 지키는 노동 환경이다”고 말했다.

2023년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캄보디아 정부에 8가지 권고를 제시하며 같은 해 11월 발생한 반(反)노조 행위와 사용자 측의 차별적 조치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만약 이러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절한 구제와 보상이 이뤄져야 하며 향후 유사한 반노조 행위를 방지할 제도적 조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LRSU의 침 시타 회장이 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투옥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어 정부가 그녀가 시민적 자유와 노조 활동의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캄보디아 노동부 대변인 손 메사는 “나가월드 전 직원들이 여전히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면 이는 이미 노동부와 중재위원회(노사정 3자 분쟁해결기구)가 제시한 해결책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원하는 해결은 이미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됐다. 여전히 불만이 있다면 법원에 제소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절차”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건이 중재위원회에 회부된 이후에는 다시 노동부로 돌려보내 해결할 수 없으며 법원 절차로만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소비엔 사무총장은 노동부가 사건을 법원으로 넘기려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캄보디아에는 노동법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명백히 노동부의 관할에 속한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노동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데 왜 형사 고소를 하라고 하는가. 이는 모순된 일”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8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중 프랑스·영국·호주·말레이시아 대사관만 노동 분쟁에 관심을 보였다. 나머지 대사관들은 청원서를 접수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프랑스 대사관 관계자는 노조에 “청원 내용을 검토해 대사에게 보고하겠다”고 밝혔으며 미국 대사관은 행정 업무 중단으로 인해 이메일로 청원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캄보디아 인권단체 리카도(Licadho)의 암 삼앗 운영이사는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캄보디아의 국제적 평판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노동자 구타와 노조 지도자 구금과 관련해 이미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이 제기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ILO가 이미 권고를 제시한 만큼 노동부와 관련 기관들이 국내외 법률에 따라 이번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부가 노동 분쟁을 종결해 더 이상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도 노조 자유와 노동법 집행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