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가장? 남편? 당신의 남편은?

기사입력 : 2013년 06월 18일

당신의 남편은 현재 가정 내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가. 당신의 남편이 가정 내에서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생활 패턴을 지니고 있는지 당신은 가늠하고 있는가. 현재 남편이 가정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 남편을 고독의 구렁텅이에서 꺼내줄 수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펴본다면 현재 당신의 남편이 가정생활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아이들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껄끄럽게 여긴다면, 아버지 역시 아이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 남편은 가정생활에 만족감과 정서적 위안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 것이다.

직장인 L씨는 퇴근길에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오랜만에 기분 좋게 취했다. 오늘 같은 날이라면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기도 하다. L씨는 포장마차에 들러 떡볶이와 튀김을 샀다. 그러고 보니 최근 가족들에게 좀 소홀했던 것도 같다.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L씨. 거실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아이들이 잠시 인사를 하더니 이내 화면으로 눈을 돌린다.“당신 또 술 마셨어?”아내가 얼굴을 찌푸린다. 아이들은 아직 쇼 프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주섬주섬 일어난다. L씨는 갑자기 불청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엉겁결에 잠이 든 L씨는 다음 날 자신을 더욱 멀리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후회와 함께 대문을 나섰을 것이다.

“내가 이 집의 돈 버는 기계야?”라는 남편의 말은 돈을 버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도 참여하고 싶고, 가족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대접받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만약 그 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의 말에 똑같이 가시 돋친 반응을 보인다면 부부 간의 거리는 좁혀질 수 없다. 아이 역시 그 사이에서 갈 곳을 모르고 방황하게 된다. 특히, 부부 간의 갈등은 결정적인 순간의 어긋남이 돌이킬 수 없는 언쟁으로 번질 우려가 많다. 서로가 주고받았던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 대화를 하는 방식이 거칠고 모가 나서 서로가 상처를 입고 또 다른 갈등을 만들게 된다.

진정한 강자는 약자에게 자신의 무기와 실력을 뽐내지 않는다. 아내는 이미 가정 경영의 많은 실권들을 쥐고 있지만 남편은 이제 막 가족들 곁으로 어색하게 걸어 들어온 전학생이다. 남편은 가족 구성원 중에서 떨어진 조난자와도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라. 먼저 남편에게 기회를 주라. 아내가 점유하고 있는 가정의 사정거리 내로 남편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술에 취해 비틀비틀 몸을 흔들며 걸어오든, 무관심한 표정으로 신문을 손에 들고 들어오든 간에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순간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도록 하라. 제대로 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정지대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