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원의 캄보디아를 위한 좋은 변화] 제3화 왜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하나요

기사입력 : 2023년 12월 19일

장동원 칼럼11

Q. 왜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하나요? (대한민국에도 도움을 필요로 소외계층들이 많은데)

NGO활동가로서 일을 해오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에 대해 답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후원자들 혹은 후원을 고민하는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필자의 생각은 정답은 아닐 수 있으나 현장에서의 경험과 몇몇 사실들에 기반하여 정리한 답변이라는 점을 독자들이 이해해주길 기대한다.

-      원조의 역사와 대한민국 경제개발

1)우리나라가 1945년 광복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 액수는 127억 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6백억 달러, 70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6.25전쟁 때는 유엔회원 22개국으로부터 전투병력과 의료, 시설을 지원받기도 했으며 백인 선교사 및 국제 NGO들도 다양한 형태로 대한민국을 도왔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뜨거운 인류애였다. 2)1969년 우리나라는 당시 돈으로 800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다. 정부 예산 규모가 3,000억원에 불과하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의 공적개발원조(ODA)로 ‘연명’했다는 표현이 적합한 대표적인 ‘수원(受援)국’ 신세였던 셈이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도 바뀐 유일한 국가이다. 물론 우리 국민들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이 있었지만 국제사회의 도움은 6.25전쟁 후 국가재건 및 경제개발의 종잣돈 구실을 톡톡히 했다.

즉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 대한민국이 지구촌 곳곳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는 것은 받았던 사랑을 다시 나누어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가 나눈 사랑과 친절은 돌고 돌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내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데 선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대한민국은 1995년 세계은행의 원조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수원국의 지위를 졸업했다.)

-      정치외교적 목적

캐럴 랭커스터(Carol Lancaster)는 본인의 저서 ‘왜 세계는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에서 “공여국은 자국의 정책에 따라 각자의 목표를 성취하는 데 지금껏 국제원조를 활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진국들의 개발원조 형태 및 역사를 근거로 한 그의 연구는 매우 설득력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주로 정치/경제/외교적인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개발원조를 활용하고 있는데 캄보디아와 같이 대한민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밀접한 아시아에 더 많은 지원과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3)경제협력개발기구 개발원조위원회(OECD DAC: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회원국으로써 국제사회에 대한 선진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 22.5억 달러로 29개 회원국 중 16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위 내용은 국가와 국가간의 개발협력(ODA)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겐 더 큰 의미가 있다. 글로벌 공동체에서 대한민국의 브랜드파워이자 이미지이며 국가와 국민의 위상과 크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사진, 한국의 후원자분께 감사편지를 쓰는 어린이, 굿네이버스 반띠민쩌이 지역개발사업장

-      후원자들의 자발적 욕구 및 선택

필자가 소속된 굿네이버스는 많은 개인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개발협력 및 인도주의적 사업수행에 있어 가장 든든한 지원군들이다. 이곳 캄보디아에서도 어렵지 않게 후원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대한민국의 많은 후원자들이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후원자들 중에는 국내/해외를 구분하여 개인의 선택에 따라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가진 것을 나누며 특히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에 대한 많은 관심과 사랑을 전달하려는 분들이 많다. 즉 국내/해외를 구분하거나 어려움 혹은 우선순위의 경중을 따지기보다는 후원자들의 다양한 배경 및 이유로부터 자발적인 도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후원 대상에 대한 우선순위를 두기보다는 다양한 도움의 손길과 관심의 파이가 더 커짐으로써 아름다운 세상으로의 변화를 위한 일에 기여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간다. 내가 남보다 능력이 뛰어나서 성공한 사람보다는 부모, 가족, 친구, 이웃, 동료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해 현재의 위치까지 온 사람이 대다수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은 역으로 내가 도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인데 매우 감사한 일이며,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의 기쁜 마음이 더 크기에 우리의 나눔은 계속되는 것 같다.

우리가 왜 다른 나라를 도와야 되는지 혹은 돕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이 되었기를 기대해본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와 배경이 있으며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면 좋을 것 같다. 또한 필자와 같이 자발적인 인도주의적 활동 자체를 좋아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존재한다. 일로써 혹은 직업적인 성취와 보람적인 측면에서 개발협력사업 및 나눔의 활동 자체에서 큰 의미를 찾고 후원자와 수혜자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직업에서 많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에 감사한 일이다. 이를 위해 도움을 주는 수많은 후원자들과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장동원,  Jang Dongwon, Kenneth 굿네이버스 캄보디아 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