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창문을 열고] 함께

기사입력 : 2023년 10월 25일

(2021년 5월 6일 연재 칼럼)

필자는 어려서부터 승부욕이라곤 별로 없었다. 지면 뭐 어쩔 수 없지.. 하고 마는 성향이라 무언가를 치열하게 열심히 하지도, 꼭 이겨보고 싶지도 않았다. 긍정적인 자극이 있어야 발전도 하고 그랬을 텐데 게으른 이 몸뚱이를 움직일만한 동기는 자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 게임을 해도 잘하는 친구를 보면 신기하고 놀라울 뿐, 내가 꼭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이런 성향의 필자가 생업으로 삼기에 교민정보지의 편집인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느 분야나 경쟁을 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교민정보지는 교민들이 잘되면 같이 잘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누구를 이겨내야만 하거나 밟고 올라서야 하는 거였다면 오랜 시간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교민 사회가 호황이면 교민지는 같이 올라가고, 교민 사회가 위축되면 교민지는 당연히 같이 내려간다. 상생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사는 관계,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금은 교민 사회가 참 어렵다. 길고 긴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에 한숨이 끊이질 않는다. 어려울 때 같이 울어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한다. 우리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같이 겪어내는 우리는 진짜 친구다.

프놈펜 한인회는 한인들의 백신 접종 추진을 위해 보건부의 문을 두드리고, 시엠립 한인회는 8차 함께라면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대사관은 정부 차원으로 캄보디아에 방역용품을 기증하며 캄보디아 거주 한인들이 한국 정부가 인정하는 백신을 맞을 수 있게끔 애쓰고 있다.

이런 크고 작은 노력이 모여 곧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서 함께 올라갈 날이 올 것 같다. 혹자는 낙관주의자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힘들 수는 없다. 끝은 반드시 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하나의 라떼는 말이야 소재거리가 되는 그날. 아이들이 “코로나 때 얘기 좀 그만 하세요 지겨워요~”라고 짜증 낼 때 나는 빙긋 웃겠지. 그때도 우리는 함께 잘살고 있을 것이다. 그 시대의 고민을 하나씩 껴 안고서 지나간 코로나를 안줏거리 삼으면서 말이다.

※이 글은 캄보디아 주간교민정보지 <뉴스브리핑캄보디아>에 연재 중인 두번째 창문 칼럼입니다.